문 대통령 이젠 추·윤 갈등 매듭지어야

입력
2020.11.26 04:30
27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 청와대사진기자단ㆍ서재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 청와대사진기자단ㆍ서재훈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 조치를 취해 나라가 들썩이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틀째 아무런 언급이 없다. 수사지휘권과 인사권 문제 등을 두고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이 수개월째 고조되며 각종 정국 현안을 집어삼키는 동안에도 수수방관하던 문 대통령이 이번에도 보고만 받고는 침묵을 택한 것이다.

청와대는 법무부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언급이 징계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침묵의 배경으로 거론했다고 한다. 법무부가 징계위원회를 열어 윤 총장에 대한 정직이나 해임 등을 청구하는 절차를 끝내면 그때서야 문 대통령이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얘기가 여권에서 나온다.

청와대가 마치 추·윤 충돌에 중립적인 모양새를 취하는 듯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국민은 없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달라”고 사퇴를 압박하는 등 여권은 윤 총장의 혐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기류가 뚜렷하다. 대통령의 묵인하에 당과 정부가 사실상 윤 총장 찍어내기의 수순을 밟고 있다는 추측이 터무니없지만은 않다.

법무부 감찰 결과대로 대검이 재판부에 대해 불법 사찰을 했다면 대통령이 엄중 질책하고 잘못된 관행에 대해 철저한 점검과 제도 개혁을 지시하는 게 합당하다. 법무부와 검찰청 간 의견이 충돌한다면 법정으로 가기 전에 시시비비를 우선 가려야 할 이도 당연히 대통령이다. 이런데도 국정 운영 책임을 방기한 채 형식 논리를 앞세우는 것은 정치적 리스크를 최대한 피해 가겠다는 의도 외에 다른 이유는 없어 보인다.

윤 총장을 파격 발탁하며 적폐 청산과 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치켜세웠던 이는 문 대통령이다. 여권의 주장대로 윤 총장의 비위 혐의가 심대하다면 문 대통령이 이제라도 국민들에게 그 당위성을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일선 검찰청에선 윤 총장 직무배제에 반발해 평검사 회의를 논의 중이라고 한다. 불길이 커지기 전에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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