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집단면역' 실험, 희생자는 노인이었다

입력
2020.11.25 15:30
구독

외신들 "코로나 사망자 절반이 노인 요양시설서 나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민들이 드로트닝가탄 쇼핑가를 지나고 있다. 스톡홀름=AP 뉴시스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민들이 드로트닝가탄 쇼핑가를 지나고 있다. 스톡홀름=AP 뉴시스

사실상 실패로 끝난 스웨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면역' 정책. 그 누구도 경험한 적 없는 감염병을 상대로 이뤄진 실험의 희생자는 결국 노인이었다.

영국 가디언, 데일리메일 등은 24일(현지시간) 스웨덴의 '보건과 사회돌봄 조사국(IVO)'에 따르면 스웨덴의 코로나19 사망자(총 6,500명) 중 절반이 요양시설에 거주하던 노인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요양시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사망자의 25%는 집에서 지내던 노인이었다. BBC는 앞서 3월~5월 스웨덴의 코로나19 사망자 90%가 70세 이상의 노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감염병 확산 초기 다른 국가와 달리 봉쇄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스웨덴은 사회 구성원 상당수가 감염, 항체가 생기면서 집단 전체의 면역력을 확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집단 면역이 성공하려면 항체 보유율이 최소 50%를 넘어야 한다.

그러나 노인들의 이런 집단 희생에도 스웨덴의 코로나19 항체 보유 인구 비율은 10%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요양시설, 코로나19 대처 수준 처참"

스웨덴 집단면역 정책, 코로나19, 스웨덴 일일 확진자 수 변화 추이 worldometer 화면 캡처

스웨덴 집단면역 정책, 코로나19, 스웨덴 일일 확진자 수 변화 추이 worldometer 화면 캡처

앞서가는 복지 정책으로 '노인들의 천국'으로 불리던 스웨덴이었지만 코로나19 방역에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특히 요양시설의 미흡한 보건 시스템이 노인들의 감염 및 죽음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IVO는 올해 3월~6월 진행된 치료시설 감사에서 요양시설 내 코로나19 확진자의 5분의 1가량이 의사로부터 제대로 된 검진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중 40%는 간호사의 검사조차 받지 못했다. 요양시설 거주자 다수는 의료진과 전화통화로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진단 받아야 했다. 신체 검사를 받은 환자는 10%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피아 월스트롬 IVO 국장은 "요양시설의 노인들이 코로나19 관련 치료를 적절하게 받지 못했다"며 "요양시설의 감염병 관리 및 대처 수준은 처참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요양시설 내 확진자 기록조차 부실해 조사조차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부분 봉쇄' 조치 들어가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레나 할렌그렌(왼쪽) 보건부 장관과 스테판 뢰벤 총리가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신규 조치에 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부분 봉쇄를 도입해 20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오후 10시 이후 주류 판매를 금한다고 발표했다. 스톡홀름=AP 뉴시스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레나 할렌그렌(왼쪽) 보건부 장관과 스테판 뢰벤 총리가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신규 조치에 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부분 봉쇄를 도입해 20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오후 10시 이후 주류 판매를 금한다고 발표했다. 스톡홀름=AP 뉴시스

경제 악영향, 사생활 침해 등을 우려해 식당이나 카페 등의 영업을 허용하고 시민들의 자율적인 거리 두기에 의존했던 스웨덴은 최근 사실상 '자율 방역'을 포기했다.

스테판 뢰벤 총리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20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석 달 동안 오후 10시 이후 주류 판매를 금지한다"며 "모든 지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올해 봄과 같은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스웨덴에서 강제 봉쇄 조치를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뢰벤 총리는 "의료 붕괴 위기에 처했다"며 상황에 따라 대중 모임 제한 등 더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국제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기준 스웨덴의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22만명, 6,500명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달 초 500명 내외였던 일일 신규 확진자는 이달 들어 4,000명대로 늘었다.

전혼잎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