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바이든 내각 요직 놓고 '삐그덕'... 당내 지분 갈등

입력
2020.11.25 16:45
수정
2020.11.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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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 오마르·오카시오 코르테즈, 브루스 리드 반대 성명
폴리티코 "선거캠프 관계자, 오바마 관료 등용에 좌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인수위원회 본거지로 삼고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영화관 퀸시어터를 나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윌밍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인수위원회 본거지로 삼고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영화관 퀸시어터를 나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윌밍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초대 행정부 조각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민주당 내 파열음이 생기고 있다. '내각 지분'을 요구하는 당내 급진적 성향 진보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아울러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고위 당국자들이 잇따라 중용되면서 인선에서 소외되고 있는 바이든 선거캠프 승리 공신들도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24일(현지시간) 민주당 내 급진 세력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일한 오마르 하원의원 등이 바이든 당선인의 부통령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브루스 리드의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 임명 반대 청원운동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강성 진보그룹 '스쿼드' 소속인 이들은 리드가 '매파(통화긴축 선호)'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 지출을 확대해야 하는 시점에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리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0년 설치한 재정적자대책위원회 심슨·보울스위원회를 이끌었다. 진보 진영은 사회복지연금과 공적보험(메디케어)를 삭감했다는 이유로 심슨·보울스 위원회를 반대했다.

앞서 민주당 진보파는 당초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막판까지 바이든 행정부 초대 재무장관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에 대해서도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기후변화 정책에 인색해 민주당 급진 세력은 중도 성향의 옐런 전 의장을 선호해 왔다. 또 미 언론이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으로 유력하다고 보도했던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장관의 지명이 미뤄지고 있는 것도 당내 진보파의 반대 때문이라고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가 보도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국가안보팀 지명자들과 기자회견을 했지만 국방장관은 발표하지 않았다. 매체는 "민주당 좌파 세력이 플러노이 지명을 막기 위해 막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의 인선 작업이 계속되면서 중용되지 않은 바이든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좌절감을 표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매체는 "2008년 말 오바마 선거캠프의 공신들이 '클린턴 사단'이 최고위직에 인선되는 것을 보면서 느꼈던 분노를 바이든 캠프 관계자들이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각 인선 초기부터 이처럼 지분 다툼 조짐이 드러난 것은 바이든 당선인의 오랜 정치 경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의 백악관 입성을 도운 모든 사람들이 공식적으로 대선캠프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 상원의원·부통령·민주당 경선후보·대선후보 등 조력자들이 여러 시기에 걸쳐 나눠져 있는 것도 특징이다.

따라서 바이든 당선인은 승리 선언 일성으로 약속한 미국 통합에 앞서 당내 세력과 측근 통합이란 난제부터 극복해야 할 처지가 됐다. 악시오스는 “민주당 내 진보 세력은 앞으로도 내각에서 지분 확보가 되지 않으면 계속 불협화음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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