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아카데미도 독식?

입력
2020.11.26 08: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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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은 내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은 내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넷플릭스 제공


올해 한국 영화 ‘기생충’ 앞에서 무너졌던 넷플릭스의 오랜 꿈이 이뤄질까.

넷플릭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 덕에 내년 제93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초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올해 가입자가 급증한 데 이어 또 다른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넷플릭스는 3분기까지 전 세계에서 신규 회원 2,720만명을 유치하며 코로나 호황을 누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연말이 다가오자 예년처럼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노린 영화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 10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을 공개한데 이어 ‘힐빌리의 노래’와 ‘맹크’ ‘미드나이트 스카이’ 등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지난 8월 세상을 떠난 배우 채드윅 보즈먼의 유작인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다음 달 18일 공개 예정이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은 유명 각본가 출신 에런 소킨의 두 번째 연출작으로 아카데미상 작품상 유력 후보로 꼽힌다. 1968년 시카고에서 반전 시위를 주동한 7인에 대한 재판을 그린 영화로 긴장감 넘치는 법정 다툼과 재기 어린 대사가 매력적이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자신의 아버지 잭 핀처의 각본을 바탕으로 만든 ‘맹크’는 유력한 작품상 후보작이다. 1930년대 할리우드를 흑백화면에 담았다. 조명과 촬영 등 기술적 완성도가 높다.

넷플릭스 영화 '맹크'는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 미국영화과학아카데미의 기술 분야 회원들의 지지를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영화 '맹크'는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 미국영화과학아카데미의 기술 분야 회원들의 지지를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 제공


‘마 레인, 그녀가 블루스’는 보즈먼이 남우주연상 후보, 비올라 데이비스가 여우주연상 후보 물망에 올라 있다. 지난 50년 동안 남우주연상 후보작이 작품상 후보에서 배제된 경우는 10번에 불과하다. 스타 배우 조지 클루니가 연출과 주연을 겸한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강력한 다크호스로 꼽힌다. 지구 종말이 다가온 시기 북극에 남겨진 탐험가와 우주 임무를 수행 중 귀환하는 우주인 사이의 교감을 그렸다. 메릴 스트리프와 니콜 키드먼이 주연한 뮤지컬 영화 ‘프롬’ 역시 작품상 후보로 거론된다.

‘힐빌리의 노래’는 2002년 ‘뷰티풀 마인드’로 아카데미상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론 하워드 감독 신작이라 기대를 모았지만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이다. 에이미 애덤스와 글렌 클로즈의 호연에 대한 언급만 주로 나온다.

넷플릭스는 수년 전부터 오스카 작품상을 겨냥해 왔다. 오스카 작품상이 실리콘밸리 기업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넷플릭스를 명실상부한 할리우드 스튜디오로 거듭나게 하는 ‘절대반지’ 같은 거라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가 작품상을 수상할 수 있도록 홍보전에만 2,500만달러를 썼다(‘로마’의 제작비는 1,500만달러다). 6,000만달러를 쏟아 부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로마’는 감독상 수상에 그쳤다. 올해는 ‘아이리시맨’과 ‘결혼 이야기’가 작품상 후보에 올랐으나 ‘기생충’의 기세에 눌렸다.

넷플릭스 영화들이 올해 유난히 강세를 드러내는 건 코로나19 확산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 국가 극장들이 영업을 중지하면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기대작들의 개봉을 무기한 미루는 반면 극장 개봉에 연연하지 않는 넷플릭스는 자사 영화들을 예정대로 선보이고 있다. 넷플릭스의 초강세가 예상되면서 넷플릭스 영화 5편이 한꺼번에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미국 연예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지난 23일 “1936년 MGM이 5편을 작품상 후보에 올린 이후 85년 만에 새 역사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에는 10편이 선정된다. 내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코로나19 여파로 올해보다 두 달 반 가량 늦은 4월 25일 열릴 예정이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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