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학교 청소년 등 다양한 서사 두각... 어른들이 더 열광한 그림책들도 선전

입력
2020.11.27 04:40
수정
2020.11.27 09: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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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어린이 청소년 부문 10종

다양한 서사의 흐름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페미니즘은 지난해에 이어서도 강세였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과학자들의 얼굴을 판화 기법 중 하나인 실크스크린으로 복원한 이지유 작가의 ‘나의 과학자들’, 할머니, 엄마 세대의 고된 삶을 통해 여성 가족 공동체의 모습을 그려낸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 우선 꼽혔다.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이 직접 목소리를 낸 ‘나는 오늘 학교를 그만둡니다’, 청인이 수어를 배워나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수화 배우는 만화’, 환경 파괴로 신음하는 동물들의 고통을 다룬 ‘라면을 먹으면 숲이 사라져’는 사회적 조명이 덜했던 이슈를 발굴해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샀다. 초등학교 수영부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인 ‘5번 레인’, 괴물을 과학적으로 해부한 ‘괴물 과학 안내서’는 장르물의 가능성을 개척했다는 호평이 나왔다. ‘내일은 맑겠습니다’ ‘미움’ ‘꽝 없는 뽑기 기계’처럼 서정적 그림과 메시지로 어른들이 더 열광했던 책들의 선전도 눈에 띈다.


이지유 지음. '나의 과학자들'

이지유 지음. '나의 과학자들'


▦나의 과학자들

이지유 지음·키다리 발행

어릴 적 과학 분야를 좋아했던 아이가 논픽션 작가가 되기까지, 그가 좋아하고 존경했던 과학자들의 삶을 담았다. 마리 퀴리, 제인 구달과 같은 유명인부터 이름과 업적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과학자들까지. 여성이란 이유로 조명 받지 못했던 과학자들의 얼굴을 실크스크린으로 작업해, 진로를 모색하는 10대 독자들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나아갈 길을 찾도록 돕는다.


이금이 지음.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지음. '알로하, 나의 엄마들'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지음·창비 발행

사진 한 장에 평생의 운명을 걸고 하와이로 떠난 열여덟 살 주인공 버들과 여성들의 삶을 그린다. 일제 강점기 시대의 하와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이민 1세대 재외동포와 혼인을 올리고 생활을 꾸려 가는 여성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대를 앞서간 새로운 가족 형태와 여성 공동체의 면모가 높은 몰입도와 감동을 선사한다.


이명애 지음. 이명애 그림. '내일은 맑겠습니다'

이명애 지음. 이명애 그림. '내일은 맑겠습니다'


▦내일은 맑겠습니다

이명애 지음·이명애 그림·문학동네 발행

이야기는 노랗고 둥근 무언가가 한 주의 날씨를 알린다. 노란 무언가는 버스정류장의 선에서 횡단보도가 되었다가, 땅 밑으로 물속으로 공중으로 다시 길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노란 선 위를 걷고, 달리고, 무언가를 기다리고, 매달리고, 쉬고, 또 걷는다. 이 움직임을 따라 고조되는 서사가 셀 수 없는 발소리가 울리는 우리들의 세상을 역동적으로 그려낸다.


조원희 지음. 조원희 그림. '미움'

조원희 지음. 조원희 그림. '미움'


▦미움

조원희 지음·조원희 그림·만만한책방 발행

어느 날 나는 한 아이로부터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라는 말을 듣는다. 도대체 왜 그런지 말도 안 해 주고 가 버린 그 아이를 보며 나도 그 아이를 미워하기로 한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하다. 그 아이를 미워하는 나의 진짜 마음은 뭘까.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오묘한 감정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을 통해 내 마음이 진짜 향하는 곳이 어딘지 생각하게 한다.


은소홀 지음. 노인경 그림. '5번 레인'

은소홀 지음. 노인경 그림. '5번 레인'


▦5번 레인

은소홀 지음·노인경 그림·문학동네 발행

청소년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초등학교 6학년 수영부 아이들의 고락에 관한 이야기. 한강초 수영부의 에이스 열세 살 나루는 누구보다 수영에 열심이다. 수영을 하는 게 당연한 나루에게 라이벌 초희가 나타나고, 나루는 처음으로 수영과 장래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건강하고 당당한 여성 아동 주체가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그린다.


곽재식 지음. 김진화 그림. '괴물 과학 안내서'

곽재식 지음. 김진화 그림. '괴물 과학 안내서'


▦괴물 과학 안내서

곽재식 지음·김진화 그림·우리학교 발행

흡혈귀, 늑대인간, 미라, 흰 여우 등. 13마리 괴물과 요괴들을 과학적으로 솜씨 좋게 해부한 괴물 과학 안내서. 괴물에 관련된 역사, 신화, 철학, 예술, 시사 등 괴물이 언제부터 우리에게 괴물이 되었는지를 탐구하고 해부한다. 괴물을 통해 현실과 상상, 과학과 비과학 사이를 마음껏 오가는 경험은 어렵게만 느껴지던 과학의 세계를 유쾌하고 재밌게 만든다.


김예빈 외 20명, 교육기획 언니네 책방 지음. '나는 오늘 학교를 그만둡니다'

김예빈 외 20명, 교육기획 언니네 책방 지음. '나는 오늘 학교를 그만둡니다'


▦나는 오늘 학교를 그만둡니다

김예빈 외 20명, 교육기획 언니네 책방 지음·보리 발행

학교를 떠나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학교 밖 청소년 21명의 이야기. 학교를 그만두는 것에 대한 걱정과 고민,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과 겪은 일, 학교를 그만둔 뒤 생활과 앞으로의 자기 모습, 내가 바라는 학교 등 학교를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당사자들의 목소리와 용기를 볼 수 있다. 이들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청소년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곽유진 지음. 차상미 그림. '꽝 없는 뽑기 기계'

곽유진 지음. 차상미 그림. '꽝 없는 뽑기 기계'


▦꽝 없는 뽑기 기계

곽유진 지음·차상미 그림·비룡소 발행

어느 문구점 앞에 놓인 ‘꽝’ 없는 뽑기 기계를 매개로 일어나는 마법 같은 이야기. 어느 날부터 뽑기를 싫어하게 된 희수는 이 ‘꽝 없는 뽑기 기계’를 마주친다. 1등을 뽑은 희수에게 주어진 것은 낡은 칫솔 두 개. 이걸로 희수는 뭘 할 수 있을까? 슬픔과 상실감에 빠진 한 아이가 꽝 없는 뽑기 기계를 통해 일상으로 복귀하는 이야기를 담담하고도 가슴 뭉클하게 그린다.


최원형 지음. 이시누 그림. '라면을 먹으면 숲이 사라져'

최원형 지음. 이시누 그림. '라면을 먹으면 숲이 사라져'


▦라면을 먹으면 숲이 사라져

최원형 지음·이시누 그림·책읽는곰 발행

어느 소도시에 있는 생태 연구소에는 동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고래똥 소장님이 있다. 이 고래똥 소장님에게 산 채로 털이 뽑히는 고통을 견디다 못해 탈출한 거위, 먹이 식물인 기린초와 함께 사라져 가는 붉은점모시나비 등 위험에 처한 동물들이 찾아온다. 오늘날 동물들이 처한 환경 문제를 시사하면서, 어린이 스스로 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는 일들을 제시한다.


핑크복어 지음. '수화 배우는 만화'

핑크복어 지음. '수화 배우는 만화'


▦수화 배우는 만화

핑크복어 지음·돌베개 발행

미술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청인 핑크복어가 수어를 배워나가는 과정을 그려낸 만화. 평범한 개인이 처음으로 수어를 배우며 겪는 재미와 어려움, 좌절감과 성취감에 대해 솔직하게 유쾌하게 그려낸 그림일기다. 수어를 배우고 농인, 청인들과 교류해 나가면서, 장애에 대한 주변의 인식과 태도에 주목하고 자기 안의 편견들을 깨닫고 수정해 나간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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