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잡지의 세대교체, 전태일 공동출판 협업 모델도 성과

입력
2020.11.27 04:40
수정
2020.11.27 09:3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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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편집 부문 10종

“새로운 편집의 판이 벌어졌다.” 올해 출판계엔 참신하면서도 힘 있는 편집의 힘을 보여주는 책들이 유독 많았다. 인문학 담론의 세대교체를 모색한 인문잡지 ‘한편’,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출판사 10곳이 모여 기획한 공동 출판 프로젝트 ‘너는 나다’엔 호평이 쏟아졌다. 국내 최초로 시도된 김일성 논픽션 다큐멘터리 ‘김일성 1912-1945’는 출판사의 뚝심 있는 기획력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태양계의 모습을 책의 물성으로 표현한 ‘태양계가 200쪽의 책이라면’, 쓰레기 분리배출의 팁을 담은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는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눈길을 끌었다. 밀도 높은 기획력으로 승부한 책들도 다수 꼽혔다.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의 제작 과정을 촘촘히 기록한 ‘김군을 찾아서’, 과학자와 예술가의 지적 교감을 다룬 ‘뉴턴의 아틀리에’, SF 작가 8명이 참여한 ‘프로젝트 LC.RC’ 시리즈, 신진 사상가들을 조명한 ‘21세기 사상의 최전선’이다. 북디자이너의 이야기를 그린 ‘기억과 기록 사이’는 감각적인 편집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민음사 편집부 지음. 인문잡지 '한편'

민음사 편집부 지음. 인문잡지 '한편'


▦인문잡지 한편

민음사 편집부 지음·민음사 발행

정기구독자 4,000명, 뉴스레터 구독자 8,000명과 함께하는 새로운 세대의 인문잡지. 이미지가 흐르는 시대에도 글로 생각을 쓰고 나누는 이들이 모였다. 민음사에서 철학, 문학 교양서를 만드는 젊은 편집자들이 원고를 청탁하고,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이 쓰는 글. 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한 편을 통해, 지금 이곳의 문제를 풀어나가고자 시도한다.


전태일50주기 공동출판 프로젝트 '너는 나다' 시리즈의 첫번째 책 '여기, 우리, 함께'.

전태일50주기 공동출판 프로젝트 '너는 나다' 시리즈의 첫번째 책 '여기, 우리, 함께'.


▦전태일 50주기 공동출판 프로젝트-너는나다

갈마바람 외 9곳 발행

‘2020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갈마바람, 나름북스, 리얼부커스, 북치는소년, 비글스쿨, 산지니, 아이들은자연이다, 철수와영희, 학교도서관저널, 한티재 등 10개 출판사가 펴낸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하는 다양한 시선과 이야기. 전태일 정신을 계승하고 알리는데 연대하는 프로젝트로, 전태일 항거 50년이 지난 이 시대 노동자의 문제들을 다시금 조명한다.


강상우 지음. '김군을 찾아서'

강상우 지음. '김군을 찾아서'


▦김군을 찾아서

강상우 지음·후마니타스 발행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의 강상우 감독이 쓴 책.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한 후 총 7년 여에 걸쳐 이어진 103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1980년 이후 태어난 저자가 1980년 5월 광주를 현재 시제로 다가가는 과정을 담았다. ‘김군’을 둘러싼 아이러니한 상황을 관통하며,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존재하는 무수한 얼굴과 기록되지 않은 비공식 서사들을 실증적으로 쫓는다.


유순호 지음. '김일성 1912-1945'

유순호 지음. '김일성 1912-1945'


▦김일성 1912-1945

유순호 지음·서울셀렉션 발행

1912년 출생해 1945년 평양으로 귀향하기까지, 김일성의 33년 동안의 행적을 1930~40년대 만주 무장 항일투쟁을 중심으로 집중 조명한다. 저자는 20여 년에 걸친 심도 깊은 취재와 자료 수집을 통해, 1930~1940년대의 만주 항일투쟁사와 김일성의 역할을 최대한 객관적이고 입체적으로 재현한다. 날조와 왜곡을 바로잡아 김일성이란 인물의 민낯을 들여다보게 한다.


김향배 지음. '태양계가 200쪽의 책이라면'

김향배 지음. '태양계가 200쪽의 책이라면'


▦태양계가 200쪽의 책이라면

김향배 지음·세로 발행

사실 이해를 방해하고 상상력을 왜곡하는, 우리 머릿속 해묵은 태양계 이미지를 교체하는 시도. 200쪽에 걸쳐 태양계 행성들의 크기 비례와 거리 비례를 최대한 구현하고, 태양계에 대한 핵심 정보와 최신 지식을 갈무리했다. 이로써 왜곡된 태양계 모형에서 비롯된 오해들을 불식시킨다. 광대하고 공허한 태양계의 재현은 태양계와 지구에 대한 직관과 사색을 제공한다.


이창재 지음. 노순택, 안옥현 사진. '기억과 기록 사이'

이창재 지음. 노순택, 안옥현 사진. '기억과 기록 사이'


▦기억과 기록 사이

이창재 지음·노순택, 안옥현 사진·돌베개 발행

컬럼비아대학출판부 25년차 북 디자이너가 읽은 책과 만든 책에 관한 에세이. 외국에서 오랫동안 책과 관련한 일을 한 전문인이자 디아스포라, 이민자 이중언어 사용자의 관점에서 책과 함께해온 삶의 이야기를, 또 그에 얽힌 사람과 세상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놓는다. 사진가 노순택과 안옥현이 본문에서 다루는 책을 오브제로 삼아 찍은 사진들을 함께 실었다.


김상욱, 유지원 지음. '뉴턴의 아틀리에'

김상욱, 유지원 지음. '뉴턴의 아틀리에'


▦뉴턴의 아틀리에

김상욱, 유지원 지음·민음사 발행

미술관을 사랑하는 과학자와 과학에 열정을 보이는 예술가가 만나 서로 다른 영역의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자연스러움, 복잡함, 감각, 가치, 상전이, 유머 등 모두 26개의 키워드를 놓고 다양한 생각들을 펼쳐 낸다. 두 저자의 ‘관계 맺고 소통하기’를 통한 관찰과 사색, 수학적 사고와 창작의 세계에 대한 고민은, 삶을 바라보는 균형적 감각을 제공한다.


이수현 외 지음. 'Project LC.RC' 세트

이수현 외 지음. 'Project LC.RC' 세트


▦Project LC.RC 세트

이수현 외 지음·알마 발행

현대 공포문학의 시초로 알려진 H. P. 러브크래프트. 프로젝트 LC.RC는 페미니즘, 반인종주의에 입각한 시선으로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비틀어 쓰기를 시도한다. 8명의 SF작가와 1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만나 러브크래프트에 대한 오마주를 통해 7권의 소설과 1권의 그래픽노블로 완성해낸 집단 재창조 작업의 결과물이다.


홍수열 지음.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홍수열 지음.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홍수열 지음·슬로비 발행

쓰레기를 어떻게 내놓아야 하는지 헷갈리는 사람들을 위한, 배출자의 눈높이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국형 분리배출 안내서. 품목별 분리배출 방법을 쓰레기가 처리되는 시스템으로 설명하고, 개인이 해야 할 적절한 역할을 안내한다.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개인의 실천과 연대를 통한 소비자 행동,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소비자 저항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김환석 외 21인, 이감문해력연구소 지음. 이정호 외 2인 그림. '21세기 사상의 최전선'

김환석 외 21인, 이감문해력연구소 지음. 이정호 외 2인 그림. '21세기 사상의 최전선'


▦21세기 사상의 최전선

김환석 외 21인, 이감문해력연구소 지음·이정호 외 2인 그림·이성과감성 발행

20세기 사상이 아닌 바로 지금 이 시대를 고찰한다. 브뤼노 라투르, 도나 해러웨이에서 유시 파리카, 그레구아르 샤마유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대표 사상가 스물다섯 명의 논의를 명료한 언어로 해설한다. 유시 파리카를 포함해, 그동안 기성 대중 지면에서 보기 어려웠던 우리나라 신진 연구자들이 저자로 대거 참여하여 공존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한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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