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 노사상생의 마중물 될 수 있다

입력
2020.11.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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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공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에서는 노동이사제도와 같은 노동자 대표의 이사회 참여 제도의 목적은 공기업 이해관계자로서의 노동자들을 향한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자와 이사회 간의 정보 공유를 원활하게 하는 것이며, 노동자 대표는 이사회 논의를 돕고, 이사회 결정에 대한 집행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근 강조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해를 중시하는 경영 방식은 21세기 기업윤리로 자리매김했고, 투자자뿐 아니라 노동자, 고객 등의 이해를 반영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강조된다. 특히 공공기관은 시민에 대한 서비스 증진과 공익을 지향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노동자를 비롯하여 각 기관 특성에 맞는 이해관계자들의 이사회 참여를 확대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이사제도는 2016년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에서 최초로 도입된 이후 여러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에서 폭넓게 확산되고 있고, 최근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도 도입에 관한 법개정안이 다수 발의되어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아직 노동이사의 개념과 역할에 대한 이해가 널리 확산되지는 못하여 일각에서는 지나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노동이사제도는 노동자 대표가 기업의 의사결정 단위인 이사회에 참여하여 노동자의 관점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기관 내부에서의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제도다. 또한 노사 간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고 적극적 의사소통을 통해 노사 간 갈등요소를 줄여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의미가 있다. 노동이사는 노동자의 관점에 초점을 두지만 단지 노동자의 이익만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비상임이사와 동등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면서 무엇이 회사에 최선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공공기관의 경우, 어느 정권에서나 그 경영진을 정치적으로 임명하는 경향이 강해서 경영진보다 오히려 당해 기관의 업무와 사정을 잘 아는 노동자들이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으로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례들은 과거에도 있었다. 이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킨다면 경영을 합리화하고 공공성을 강화시켜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편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소위 노사담합에 의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히려 노동이사제도를 공식화하여 노동자들이 경영에 대해 권한과 책임을 나누도록 하는 편이 공공기관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물론 노동이사제도 도입만으로 노사관계의 복잡한 문제가 일시에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노동이사제도는 적어도 노동자의 참여와 협력을 기반으로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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