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동희 "오빠 조동진이 남긴 메시지로 9년 만에 앨범 냈죠"

입력
2020.11.24 17: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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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동희. 김용호 작가 제공

가수 조동희. 김용호 작가 제공


“오빠(가수 조동진)가 돌아가신 직후에는 실감이 잘 안 났어요. 3년쯤 지나니까 그리운 마음도 많이 들고 슬픔이 훅 밀려오더군요. 생전에 해주셨던 말씀도 유난히 많이 생각났고요. 앨범 제목과 같은 곡인 ‘슬픔은 아름다움의 그림자’는 오빠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노래입니다.”

싱어송라이터 조동희는 3년 전 오빠 조동진의 장례식장에서 상영됐던 생전 인터뷰 영상에서 한 구절을 받아 적었다. “슬픔이란 아름다움에서 오는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이를 노래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쓴 가사에 작은오빠인 조동익이 선율을 붙이고 곡을 완성했다. 세 남매의 시공을 초월한 합작 프로젝트. 조동희가 최근 내놓은 정규 2집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올해 26년 만에 새 앨범을 낸 조동익만큼이나 조동희도 과작하는 음악가다. 1999년 하나음악 레이블의 옴니버스 앨범에 참여한 뒤 첫 정규 앨범 ‘비둘기’를 내기까지 12년이 걸렸고 다시 9년이 지나서야 두 번째 앨범을 냈다. 작사가로 활동을 시작한 1993년부터 치면 무려 27년간 단 두 장의 앨범을 낸 것이다. 18일 만난 그는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찾느라 오래 걸렸다”고 했다.

세 아이를 키우느라 30대 후반에야 데뷔 앨범을 냈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 두 번째 앨범을 내니 벌써 40대 후반이 됐다. 그렇다고 그 사이 음악 활동을 쉰 건 아니었다.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의 음악을 만들었고, 드라마 ‘시그널’ 등의 OST와 여러 옴니버스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작사학교 ‘작사의 시대’도 운영하고 있다.

‘슬픔은 아름다움의 그림자’에는 조동희의 과거와 현재가 담겼다. 사슴이 나오는 꿈을 꾼 뒤 썼다는 ‘사슴꿈’을 시작으로 피아노를 배우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종이 피아노’, 라디오로 음악을 듣던 추억을 담은 ‘라디오’, 자신의 이름 뜻을 제목으로 삼은 ‘동쪽 여자’ 등 10곡을 수록했다. 조동익이 몸담았던 어떤날의 명곡 '초생달'도 리메이크했다. 대체로 조동희가 쓴 가사에 조동익이 곡을 붙인 다음 의견을 조율해 수정하는 방식으로 완성했다.

앨범에는 공간을 부유하는 앰비언트 사운드가 강물에 반사되는 햇빛처럼 잔잔하게 반짝거린다. 조동희는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듯 속삭인다. 그는 “동화책을 읽다가 스르르 잠들어 꾸는 꿈처럼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앨범은 ‘슬픔’보다 ‘아름다움’에 가까이 있다. 조동희는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삶을 긍정하고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가수 조동희. 김용호 작가 제공

가수 조동희. 김용호 작가 제공

그는 대학 시절 영화를 전공했다. 성악가 출신으로 영화감독이었던 아버지 조긍하의 뒤를 이어서였다. 그러나 두 오빠와 그 지인들로 둘러싸인, “음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에선 운명에 저항할 수 없었다. 1993년 김정민의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를 시작으로 S.E.S의 ‘데자부’, 이효리의 ‘누군가’,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등을 작사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조동희는 지난해 자신의 앨범을 직접 제작하고 발매하기 위해 1인 기획사 '최소우주'를 차렸다. 홀로 활동하며 최소한의 회사를 꾸리려 했으나 제주 로컬 밴드 사우스 카니발,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와 만나면서 우주는 점차 확장하고 있다.

"두 번째 앨범은 제게 아주 중요했어요. 그래서 곡들이 충분히 모였는데도 발표가 늦었죠.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저 자신에 솔직하게 작업해서인지 마지막 앨범이라 해도 좋을 만큼 마음에 들어요. 내년엔 독특한 프로젝트 앨범을 하나 기획하고 있습니다. 다음 앨범들은 1년 반 간격으로 내자고 했는데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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