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뉴미디어 채널엔 비시즌 없어야죠"

입력
2020.11.24 15:0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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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연맹 뉴미디어 콘텐츠 담당자 이준영(왼쪽부터) 프로, 박혜림 영상PD, 김동훈 영상PD가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진행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프로축구연맹 뉴미디어 콘텐츠 담당자 이준영(왼쪽부터) 프로, 박혜림 영상PD, 김동훈 영상PD가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진행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리그엔 시즌과 비시즌이 있지만, 채널엔 비시즌이 있으면 안 되죠.”

K리그가 국내 프로스포츠 중 가장 먼저 유튜브 구독자 10만명 고지를 넘어 11만명에 도달했다. 최근 스포츠계에서 홍보 수단으로 많이 사용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역시 10만명을 넘어섰다. 팬덤 및 시장 규모에서 프로스포츠 중 상대적으로 약세인 K리그의 뉴미디어 콘텐츠가 각광받을 수 있는 비결, 그 해답은 콘텐츠에 자체에 있었다.

K리그 뉴미디어 콘텐츠를 전담하고 있는 프로축구연맹 이준영(30) 프로, 영상PD 김동훈(29)·박혜림(23)씨는 뉴미디어 콘텐츠의 목표가 새로운 K리그 팬을 유입하는 데에 있다고 봤다. 이들은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K리그를 오랫동안 사랑해주시는 분들 뿐만 아니라, 축구에 큰 애정이 없더라도 저희가 만드는 콘텐츠를 보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특히 기존 팬층이 아닌 여성 및 청소년 구독자들을 포섭하는 데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축구연맹 뉴미디어 콘텐츠 담당자 이준영 프로가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진행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프로축구연맹 뉴미디어 콘텐츠 담당자 이준영 프로가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진행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물론 시행착오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홀로 콘텐츠를 제작했다는 이 프로는 “처음엔 일본 프로축구 J리그나 미국 프로축구 MSL 등을 참고도 많이 했지만,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인터넷 커뮤니티나 유튜브 영상 등을 보면서 유행어나 밈(Meme)을 활용하려 했다. 실제로 K리그 채널을 통해 올라오는 영상 밑에 달린 익살스러운 멘트가 구독자들의 웃음과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뉴미디어 채널 중 하나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세징야의 골 장면. 프로축구연맹 인스타그램 캡처

프로축구연맹 뉴미디어 채널 중 하나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세징야의 골 장면. 프로축구연맹 인스타그램 캡처

박 PD는 “유튜브 댓글이나 커뮤니티 글들을 보면서 좋은 표현을 보면 기억하고 참고하려 한다”며 “선수들의 특징에 따라 그 표현들을 맞춰 쓰려는 편이다”라고 전했다. 이 프로는 “특히 아이돌 팬덤을 구성하는 성별·연령이 우리의 타겟층과 비슷해 아이돌 문화에서 나온 말들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축구연맹 뉴미디어 콘텐츠 담당자 박혜림 영상PD가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진행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프로축구연맹 뉴미디어 콘텐츠 담당자 박혜림 영상PD가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진행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분석은 정확하게 맞아 들었다. 진입장벽을 낮추고 모두가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니 구독자는 빠르게 증가했다. 올해 초 7만명에 그쳐있던 인스타그램 구독자 수는 3만명 가량 늘었고, 4만명 뿐이던 유튜브 구독자 수는 2배 이상 증가해 11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K리그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쉽게 보고 웃을 수 있는 ‘케꿀잼’ 영상은 기다리는 구독자도 많다. 김 PD는 “케꿀잼은 매 달 중계화면 중 웃긴 장면만 모아서 재편집 해놓은 영상”이라며 “경기 중에 일어나는 다소 황당한 플레이나 헛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도 마냥 비판하기보다는 웃음으로 승화시켜보고 싶어 만들게 됐는데, 사람들이 찾아보는 콘텐츠가 됐다”고 설명했다.

프로축구연맹 뉴미디어 콘텐츠 담당자 김동훈 영상PD가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진행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프로축구연맹 뉴미디어 콘텐츠 담당자 김동훈 영상PD가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진행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올 시즌 K리그는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지만, 이들은 비시즌을 채울 콘텐츠 제작에 더욱 골몰하고 있다. 이 덕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닥쳤을 때도 잘 대처해낼 수 있었다.

제1회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에서 반장으로 선출된 수원 마스코트 아길레온. 프로축구연맹 제공

제1회 K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에서 반장으로 선출된 수원 마스코트 아길레온. 프로축구연맹 제공

대표적인 예가 지난 2월 22개 구단 마스코트들을 상대로 치른 마스코트 반장선거다. 오랫동안 이 프로젝트를 구상해온 덕에 코로나19로 콘텐츠 가뭄이 찾아왔을 때 치고 나갈 수 있었다. 이 프로는 “타 리그를 보면서 착안한 아이디어였는데 반장선거라는 말을 들으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공감대가 있으니,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며 “K리그를 대표할 마스코트나 심볼을 따로 만들면 비용이나 시간도 들고, 친숙해질 기간도 필요하다 보니 반장선거로 뽑힌 마스코트 활용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했다.

이 프로는 “경기만 갖고 콘텐츠를 만들면 비시즌에 할 게 없더라”며 “채널은 경기와 관계 없이 늘 새롭게 보고 즐길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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