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이 기회"라는 정부... 北美日도 같은 생각일까

입력
2020.11.22 20: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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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뒷줄 오른쪽)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왼쪽),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앞)이 지난 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보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뒷줄 오른쪽)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왼쪽),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앞)이 지난 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보는 모습. 연합뉴스


내년 7월 일본 도쿄올림픽을 지렛대 삼아 여러 겹으로 꼬인 한반도 문제를 풀어 보겠다는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남북관계와 한일관계를 동시에 털고 가는 기회로 삼으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 10일 도쿄에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만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원장은 '문재인-스가 선언'을 제안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도쿄올림픽이 성공하려면 한일관계가 좋아야 하고 북한의 협조도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일본에 발신했다. 이런 움직임에 비춰 보면, 한일 정상회담부터 열어 긴장 완화 분위기를 조성한 뒤, 한국과 미국, 북한의 고위 인사들이 도쿄에서 극적으로 만나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정부의 '도쿄 구상'으로 보인다.

'철통 봉쇄' 강화하는 김정은, 도쿄행 결심할지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회의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 및 협정 서명식에 참석해 일본의 서명식을 본 후 박수치고 있다. 문 대통령 뒤 모니터에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보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본관에서 화상회의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 및 협정 서명식에 참석해 일본의 서명식을 본 후 박수치고 있다. 문 대통령 뒤 모니터에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보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도쿄올림픽은 분명 기회다. 올림픽 외교의 효과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이미 증명됐다. "만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온다면 하나의 기회가 된다"는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의 발언처럼, 일본 역시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흥행 요소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구상이 "너무나 많은 가정적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북한의 국경 봉쇄령이 풀릴지 의문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22일 "세계적 보건 위기가 악화하는 상황에 대한 완벽한 봉쇄 장벽 구축은 중차대한 문제다. 봉쇄 장벽을 계속해서 철통같이 가져가야 한다"면서 국경 봉쇄 장기화를 예고했다. 김 위원장이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선수단을 이끌고 일본으로 향하기 위해선 국경 봉쇄 해제라는 상당한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 보건·방역 환경이 취약한 북한으로선 작은 방역 구멍이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바이든 대북 노선도 변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5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평양의대 당위원회의 범죄 행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5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평양의대 당위원회의 범죄 행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TV 캡처.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정부가 치밀하게 계산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낙관하는 측면도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대화 노선을 탈지, 압박 노선을 탈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도쿄올림픽 구상부터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 상반기 북미 관계 개선에 확실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북한이 도쿄올림픽에 관심을 가질 유인이 별로 없다.

당장 한일 간 긴장감이 극적으로 해소될지도 미지수다. 정부는 '문재인-스가 선언' 등을 통한 톱다운 방식의 갈등 봉합을 제안하고 있지만, 일본은 강제동원 문제를 풀 구체적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 자체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스가 정부는 개최를 강행하려 하지만, 올해 7월에 이어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외교적 변수가 너무 많아서 도쿄올림픽을 지렛대로 삼은 구상을 하는 것 자체가 현재로선 의미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도쿄올림픽을 띄우는 것을 북한이 '군사 도발을 하면 안된다'는 경고로 인식한다면, 그나마 효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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