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째 버려진 아기고양이 남매… 4년간 변하지 않은 건 '우애'

입력
2020.11.22 14:07
수정
2020.11.2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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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되어주세요] 네 살 남매 코리안쇼트헤어 썸머와 하하

아기 고양이 시절부터 늘 함께해온 썸머(오른쪽)와 하하. 동물자유연대 제공

아기 고양이 시절부터 늘 함께해온 썸머(오른쪽)와 하하. 동물자유연대 제공

딱 4년 전 이맘때. '가족이 되어주세요' 코너에 아기 길고양이들이 종이 상자째 버려졌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당시 기사보기: 상자째 버려진 아기 ‘개냥이’ 남매) 당시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이 서울 사무실 앞에 놓인 상자 속에서 새끼 고양이 네 마리를 발견한 건데요. 두 마리는 다행히 바로 입양처를 찾았지만 남은 두 마리인 썸머(수컷?4세)와 하하(암컷?4세)는 보호소에 남겨졌고, 당시 입양 코너에도 소개가 됐었지요.

발견 당시 썸머와 하하는 2개월령 정도였는데요, 새끼 길고양이를 구조한 사람이 감당이 되지 않자 다시 길 위에 유기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고양이 남매는 아기 고양이 시절 입양을 가지 못했고, 이후 보호소에서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구조 당시 썸머(왼쪽)와 하하. 동물자유연대 제공

구조 당시 썸머(왼쪽)와 하하. 동물자유연대 제공


썸머와 하하가 문제가 있어서 입양을 가지 못한 건 아닙니다. 보호소 내 고양이의 경우 개보다 입양률이 낮다고 하는데요. 길고양이를 구조해서 보호하거나 입양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보호소 내 고양이까지 입양 기회가 돌아오지 않는 겁니다. 코리안쇼트헤어 종이면서 성묘인 경우면 더욱 입양 갈 확률은 떨어지지요. 많지는 않지만 품종묘가 구조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엔 입양이 상대적으로 잘 된다고 하네요.

4년동안 썸머와 하하는 보호소에서 지냈지만 변하지 않은 게 있습니다. 바로 남매간 우애인데요. 4년 전에도 오후가 되면 꼭 둘이 함께 누워서 낮잠을 자고, 썸머가 하하의 귀를 자꾸 핥아서 하하의 귀가 항상 젖어있을 정도였지요.

고양이에게는 너무 친절한 썸머(왼쪽)와 고양이와 사람 모두 좋아하는 하하. 동물자유연대 제공

고양이에게는 너무 친절한 썸머(왼쪽)와 고양이와 사람 모두 좋아하는 하하.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금도 썸머와 하하는 늘 서로의 곁을 지킨다고 합니다. 이민주 동물자유연대 온센터 활동가는 "고양이는 대개 어릴 때는 형제와 잘 지내지만, 성묘가 되면 독립적인 성격이 나타나기 마련"이라며 "반면 썸머와 하하는 한 번도 다투지 않고 사이 좋게 잘 지낸다"고 말합니다. 사실 이제 포화 상태인 묘사에서도 둘은 힘든 내색 없이 쉴 때도, 잘 때도, 먹을 때도 늘 함께한다고 해요.

썸머는 하하와 다른 고양이들에게는 무척 친절한 성격이지만, 사람에게는 조금 낯을 가리는 편입니다. 반면 하하는 사람을 무척 좋아하고 애교 많은 '개냥이'인데요, 묘사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을 환영해주고 발라당 누워 배를 보여줄 정도라고 해요.

우애 좋은 남매로 소문난 썸머(왼쪽)와 하하. 동물자유연대 제공

우애 좋은 남매로 소문난 썸머(왼쪽)와 하하. 동물자유연대 제공


활동가들이 썸머와 하하에게 애정을 쏟긴 하지만 한 방에 여러 마리가 지내야 하는 환경은 이들에게 스트레스가 됐나 봅니다. 썸머는 치주염으로 발치를 하게 됐는데요, 독립적인 공간이 마련된 좋은 환경, 가정에서 지냈다면 더욱 잘 지낼 수 있지 않았을까 활동가들은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하네요.

이민주 활동가는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하하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의 사랑을 갈구한다"며 "사람이 지나가기만 해도 봐달라는 듯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이어 "낯선 환경 속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위로였을지도 모른다"며 "썸머와 하하가 함께 입양을 가서 보다 넓고 쾌적한 환경에서 편안한 묘생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4년 째 보호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고양이 남매 썸머(왼쪽)와 하하가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4년 째 보호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고양이 남매 썸머(왼쪽)와 하하가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입양문의: 동물자유연대

https://www.animals.or.kr/center/adopt/52424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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