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을 수 없는 괴로움 ‘겨울 치질’, 물만 많이 마셔도 고민해결

입력
2020.11.23 19: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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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져 치질이 심해지면 의자에 제대로 앉을 수조차 없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날씨가 추워져 치질이 심해지면 의자에 제대로 앉을 수조차 없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주부 C(45)씨는 요즘 말 못할 고민이 생겼다. 치질 때문이다. 가족에게도 말하기 민망한 질환이지만 일상생활의 불편함은 이만저만 아니다. 엉덩이를 대면 따끔거려 제대로 앉을 수도 없다. 변비까지 생겨 변을 보는 것도 고역이다.

날씨가 추워진 요즘 치질(치핵·치루·치열)로 고통을 받는 사람이 늘었다. 치질 가운데 항문 돌출과 배변 출혈이 주증상인 치핵이 특히 많이 발생한다.

항문 돌출이란 배변 중에 항문으로 덩어리 같은 것이 밀려 나오는 증상을 말한다. 심하면 아닌 평상시에도 나와 있기도 한다. 여기서 덩어리란 사실은 혈관 뭉치이다.

원래는 항문 안쪽에서 서로 밀착해 항문을 닫아줘 대변이나 가스가 새지 않도록 하는 스펀지 역할을 한다. 혈관 뭉치이다 보니 충혈 정도가 심해지면 쉽게 출혈한다. 이런 출혈은 동맥성 출혈이어서 색깔도 선홍색이고 때로는 물총으로 쏘듯이 나오기도 한다. 대개 통증은 없다. 혈액이 굳어 콩알처럼 딱딱하게 만져지기도 하는 혈전성 치핵이라면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치핵은 서서 걷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병이다. 중력이 아래로 쏠리다 보니 항문 안쪽에 있던 혈관 뭉치가 자꾸 바깥쪽으로 나가려는 힘을 받는다. 습관적으로 배변할 때 힘을 많이 준다면 혈관 뭉치가 중력에 더해 밀어내는 힘을 더 받으므로 돌출이 더 심해진다. 자주 배변을 하거나 배변 시간이 너무 길어도 마찬가지다.

밀어내는 힘이 크지 않더라도 혈관 뭉치가 확장돼 용적이 커져도 치핵이 쉽게 밀려 나올 수 있다. 술 마신 뒤가 그럴 때다. 알코올이 혈관을 확장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가만히 앉아 있어도 혈류가 정체되면 생길 수 있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활동량이 줄고, 두껍고 꽉 끼는 옷을 입는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치핵이 잘 생긴다.

치핵을 예방하려면 이런 유발 요인을 피해야 한다. 우선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육류보다는 채소ㆍ과일처럼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먹고, 물을 갈증이 없더라도 수시로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 물은 첨가물이 든 음료보다 생수가 낫다. 배변 중에는 과도한 힘주기를 피하고, 배변은 하루에 한 번만, 배변 시간도 3분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직업적으로 장시간 앉아 있게 된다면 중간에 한 번씩 일어나 적당한 움직이는 것이 좋다. 물론 음주도 삼가야 한다.

성무경 건국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치핵으로 일상생활을 하기 불편하다면 치료를 해야 한다”며 “일차적으로는 연고ㆍ좌제 같은 국소용 약이나 먹는 약으로 치료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어 1~2주 정도 사용해 보고 증상이 뚜렷이 호전되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수술 후 통증이 매우 심할 것이라는 지레짐작으로 극단적으로 수술을 피하려는 사람이 많다. 실제 많이 시행되고 있는 전통적인 방식의 절제 수술은 통증이 좀 있을 수 밖에 없다.

절제 수술 후 통증은, 절제로 인한 상처가 통증에 예민한 항문 주변부에 생기는데 배변 과정에서 이런 상처가 자극을 받기에 어쩔 수 없이 통증이 생긴다. 그러나 통증은 잘 관리하면 크게 줄일 수 있다. 좋은 진통제로 다스리고, 배변을 쉽게 하는 하제를 사용하며, 적절한 온수 좌욕으로 관리하면 통증은 훨씬 완화된다.

무엇보다도 요즘은 항문 안쪽에 절제하기에 통증에 예민한 항문 주변부에는 상처를 생기지 않게 하는 수술이 있다. 원형문합기 치핵고정술은 원형문합기라는 도구를 사용해 치핵 뿌리 부분을 항문 안쪽에서 원주상으로 절제하고 전체 치핵을 안쪽으로 밀어 올려 고정하는 수술이다. 그러면 전통적인 절제 수술에 버금가는 치료 효과가 있으면서 상처가 생겨도 상대적으로 둔감한 항문 안쪽에서 만들어지기에 통증이 거의 없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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