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조사권의 실질화를 바란다

입력
2020.11.23 04:30

공공기관 감사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뉴스1


사람 이름을 따서 만든 ○○법, △△법이 많이 있다. 정작 그 법의 내용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만큼은 예외다. 온 국민들이 그 내용을 확실히 알고 있다. 학부모들은 촌지 관행이 완전히 사라져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반면 국회의원⋅고위공직자의 이해충돌, 향응이나 금품 수수 뉴스는 매일같이 등장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제시한 100대 국정과제 중 2번으로 올라온 ‘반부패 개혁으로 청렴한국 실현’이 조금이라도 성과를 거두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기업들의 담합 등 불공정거래 행위는 공정거래위위원회가, 인권침해 행위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하여 결과를 발표한다. 그런데 고위 공직자의 이해충돌이나 금품수수, 부정청탁 등의 부패혐의에 대해서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의견을 제시하는 것에서 그친다. 조사권, 자료제출 요구권이 없기 때문에 조사결과를 발표할 수 없는 탓이다.

현행 부패방지권익위법은 신고자에게만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조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검사가 고소인만 조사하고 피고소인을 조사할 수 없다고 상상해 보자. 사실관계조차 확인할 수 없을 것이다. 2002년 권익위 출범 이후 고위공직자를 부패 혐의로 고발한 건수가 3건(4명)에 불과한 가장 큰 이유다.

권익위는 지난 2018년에 이어 올해 6월 21대 국회에 피신고자에 대한 조사권 및 자료제출 요구권을 명시한 부패방지권익위법 개정안을 다시 제출했다. 지난 17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한발 나아가 직권조사권과 조사불응 시 제재 수단을 추가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우리 헌법은 전문(前文)에서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한다고 규정한다. 부패방지권익위법 제1조도 '부패의 발생을 예방하며 부패행위를 효율적으로 규제'하는 것을 권익위 역할로 규정했다. 피신고자에 대한 조사권과 자료제출요구권이 인정된다면 권익위의 부패행위 규제 역할은 훨씬 명확해질 것이다. 부패발생 예방에 큰 효과를 낼 직권조사권까지 주어진다면 금상첨화다.

행여나 감사원이나 검찰 등 기관에서 직역이기주의에 빠져 권익위의 권한 확대를 규정한 개정안에 반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권익위는 자체 징계권, 종결권이 없으므로 이들 기관의 최종 결정을 위한 기초사실을 조사해 그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국회가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직권조사 대상 1순위가 될 수 있다고 여겨서다. 이는 한낱 기우(杞憂)에 불과하다고 믿고 싶다. 최근 인기를 끈 영화 ‘에놀라 홈즈’에는 여성 선거권 운동에 앞장선 한 여성이 셜록 홈즈에게 말하는 부분이 있다. “당신은 정치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죠? 그건 세상을 바꾸는 데 아무런 관심이 없기 때문이에요. 본인에게 이미 딱 좋은 세상이라서.”



김래영 단국대 법학과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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