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돌아온 오달수 "대중 앞에 선다는 것, 무섭고 떨린다"

입력
2020.11.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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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논란에 영화 ‘이웃사촌’ 뒤늦은 개봉

배우 오달수. 씨제스 제공

배우 오달수. 씨제스 제공


“무섭습니다. 떨린다는 말은 사치스럽게 느껴지고요. 굉장히 무섭습니다.”

배우 오달수는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뒤 2년여 만에 인터뷰에 나선 심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영화 ‘이웃사촌’ 개봉을 앞두고 19일 서울 삼청동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고생해서 찍은 영화가 드디어 소개된다는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면서도 시간이 너무 지난 데다 너무 안 좋은 시기에 개봉하게 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택 격리된 유명 정치인 이의식(오달수)과 그를 감시하는 도청팀장 대권(정우) 간의 따뜻한 교감을 그린 ‘이웃사촌’은 2년여 전 촬영을 마쳤으나 오달수가 미투 논란에 휘말리면서 개봉이 무기한 연기된 끝에 25일 관객과 만난다. 그는 “제작사에 너무나 큰 손실이 생겨 송구스러울 따름”이라고 했다.

2년 전 '오달수 미투 사건'은 여전히 모호한 상태로 남아 있다. 2018년 초 두 여성이 각각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오달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으나 오달수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웃사촌’ 촬영 중 처음 성추행 의혹 제기에 대해 들었다는 그는 “보조출연자와 스태프가 200~300명이 되는 대규모 현장이어서 정신이 없던 때였는데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덤프트럭에 받힌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오달수는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전부 제 탓이고 저의 책임이다” “깊이 사죄드린다”고 사과한 뒤 경남 거제로 내려가 “귀양살이”를 했다. “두어달은 충격이 너무 커서 정신을 못 차렸습니다. 제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그 분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제가 덕이 없어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초 오달수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내사 종결했다. 피해자의 신고나 피해 사실 소명이 없었던 데다 공소시효가 끝나서 유ㆍ무죄를 가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오달수는 이후 성폭력 피해를 주장한 여성들과 한 번도 만나거나 통화를 시도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서로 기억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불쑥 나타나면 (그분들에게) 얼마나 충격이 크겠나. 나는 귀양 간다는 마음으로 조용히 살았고 그 분들도 일상을 잘 사셨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내사 종결 후 지난해 8월 독립영화 ‘요시찰’에 출연하며 연기를 다시 시작했다. “그 전엔 두달 이상 쉬어본 적이 없는데 지겹도록 쉬다가 연기를 하니 ‘이런 재미가 있었구나’ 싶었다”고도 했다.

오달수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복잡하다. 일각에선 가해자로 지목됐던 배우가 다시 대중 앞으로 나오는 건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또 한 편에선 유죄가 확정된 것도 아닌데 범죄자 취급을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보기도 한다. 그는 “작품을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시느냐에 달려 있지 제가 물리적으로 반감이 있는 분들께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 “영화를 보시고 평가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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