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ㆍ소송말고도… 통합 항공사 이륙 ‘3가지 전제조건'

입력
2020.11.19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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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멈춰있다. 뉴시스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멈춰있다. 뉴시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발표에 후폭풍이 거세다. 당장 ‘재벌 특혜’ 시비에, 3자 주주연합과의 법정 공방 외에도 인수 주체인 한진그룹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통합 항공사가 이륙하기 위한 최소한의 해결과제만 해도 세 가지나 된다.

①구조조정 없이 정상화?

18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가장 큰 문제는 인력 구조조정이다. 통상 대규모 인수합병에는 합쳐지는 두 조직의 잉여 인력 구조조정이 동반된다. 산업은행은 “자연감소 인원 등을 고려하면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이날 “향후 노선을 확대하고 사업을 확장하면 모든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두 항공사 직원 70%가 이미 순환 휴직 중인 상황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약속이란 게 중론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인위적이란 단어가 뭘 의미하는지 불명확하다”며 “양사의 국제 여객 노선 40%가 겹치고, 항공·경영직군에서 겹치는 인력도 800여명에 달하는데 이 부분만 정리해도 현재 인력의 절반은 날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과 조원태 회장의 호언장담과 별개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사업확대는 불가능해지고 현재 중복인력은 그대로 잉여인력으로 남게 된다. 결국 ‘공허한 약속’이 되는 셈이다. 항공업 종사자의 익명 게시판에는 아시아나 임직원들이 고용 불안을 호소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면 시기는 내년 4월 전후로 점쳐진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에 따른 아시아나항공의 '6개월간 고용 90% 이상 유지' 의무가 우선 끝나야 한다. 여기에 내년 3월쯤 통합 작업이 본격화하면, 재정비 청사진에 따라 내년 2분기 중 몸집 줄이기가 단행될 수 있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이 18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이 18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아시아나 '균등감자'부터 성공해야

다음달 14일로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임시 주주총회에서 ‘균등감자’ 안건이 통과할지도 관건이다. 채권단은 이달초 3대1 비율로 아시아나 무상 균등감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통상 기업 구조조정에선 대주주의 경영책임을 물어 '차등감자'를 선택하지만, 이번 균등감자 결정으로 “채권단과 대주주가 경영실패 책임을 소액주주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빅딜' 계약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내년 6월 아시아나의 1조5,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데, 이는 그 이전에 3대1 균등감자가 이뤄진다는 게 전제다. 만일 아시아나 지분의 절반 이상(58.2%)을 가진 소액주주의 반발로 주총에서 균등감자 안건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물론 이번 통합 발표로 아시아나 매각 불확실성이 대폭 해소된데다, 소액주주 역시 부결에 따른 리스크(위험)가 부담될 수 있어 균등감자 불발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대한항공 로고 위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대한항공 로고 위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③대한항공 소액주주, 유상증자 응할까

또 다른 관건은 인수 자금의 핵심인 대한항공의 유상증자가 성공할 지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산은이 한진칼 제3자 배정을 통해 인수자금의 대부분을 댈 것으로 봤다. 그러나 채권단은 통합에 필요한 자금 2조5,000억원 중 한진칼이 산은에서 받아 투입하는 7,300억원을 제외한 1조7,700억원을 대한항공 일반 주주 등으로부터 조달하기로 했다. 이는 전체 조달 자금의 70%에 달한다.

결국 대한항공 소액주주들이 증자 참여를 외면한다면 대규모 실권주가 발생하며 아시아나 인수 자금도 모자라게 되는 것이다. 증자로 주식가치가 떨어지는 데다, 일반 주주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결정인 만큼 소액주주들이 적극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채권단은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권주 발생시 기관투자자와 증권사 등이 들어올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대한항공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져 주가도 오르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내다봤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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