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가덕도 고집 말고 모든 대안 검토해야

입력
2020.11.19 04:30
27면


대구시의회 통합신공항 건설특별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이 18일 시의회에서 김해신공항 원안 추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재현 기자

대구시의회 통합신공항 건설특별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이 18일 시의회에서 김해신공항 원안 추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재현 기자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가 지난 17일 김해신공항 사업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표하자마자 더불어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달 내 특별법을 발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별법에는 공항 개발 사전 용역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사전 절차를 단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착공으로 아예 신공항 입지를 ‘가덕도’로 쐐기를 박으려는 심사로 보인다. 내년 4월 부산시장 선거를 의식한 것이 아니라면 여당이 신속하게 나선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검증위 관계자는 “가덕도는 한 단어도 이야기 하지 않았다”고 하니 검증위의 판단을 가덕도 추진으로 몰아가려는 여당의 해석은 아전인수격이다.

동남권 신공항은 수조원이 투입될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기존의 개발 계획을 뒤집으려면 합리적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 검증위의 발표도 기존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의 추진을 중단하라는 것이지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라는 제안이 아니다. 검증위는 오히려 “김해 신공항은 관문공항 기준을 충족해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했다.

동남권 신공항 계획은 백지상태에서 모든 대안을 검토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가덕도뿐만 아니라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의 보완, 과거 경쟁 후보지였던 밀양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 사전ㆍ예비타당성 조사 등 적법한 절차를 밟는 일도 중요하다. 국토교통부 역시 “(신공항 입지와 관련한) 원칙은 처음부터 다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도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입장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

차제에 동남권 신공항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도 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사태로 올해 항공 수요는 지난해의 절반으로 급감했고, 5년 뒤 전 세계 항공 승객수도 2019년 전망한 수치보다 10%가량 밑돌 것이라고 한다. 항공기가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꼽히는 만큼 기후위기 상황을 감안해 신공항 수요 예측을 다시할 필요도 있다. 정치권은 표 계산에 급급하지 말고 긴 호흡의 논의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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