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방지법

입력
2020.11.16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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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배우한 기자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배우한 기자

국민의힘이 사법방해죄를 신설, 수사·인사·예산권 등을 이용해 수사·재판을 방해할 경우 최고 징역 7년형에 처하는 형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한다. 발의도 되기 전에 여기에 ‘추미애 방지법’이라는 이름이 달린 것은 실제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법인 탓이다. 입법을 추진하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그 배경으로 “추미애 장관의 폭주로 사법질서가 저해되고 있다”고 명시했다. 사법방해죄 처벌 대상을 수사·재판 기관의 지휘감독자로서 지위를 이용해 수사 또는 재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로 제한했으니 애초에 추 장관과 소수에게만 해당된다.

□이 입법이 얼마나 타당성이 있다고 인정받을지는 의문스럽다. 지금처럼 법무부와 검찰이 각을 세우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에서나 생각할 수 있는 특수한 법규다. 물론 공무원이 사익을 앞세워 공무에 부당하게 관여하고 방해하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현행법상 직권남용·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얼마든지 있다. 수사와 재판의 감독자만 견제해야 할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사법방해죄가 신설된다면 지금 몇몇 검찰 수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대립과 갈등은 더욱 심화할 수도 있다. 정치권이 정쟁을 더 확산시킬 지렛대로 사법방해죄를 이용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채널A 사건처럼 수사를 해 보면 누가 ‘정당한 직무수행’을 하고 누가 ‘부당한 방해’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뒤집어지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핵심은 정치가 검찰을 덮어서 생기는 문제이지 수사방해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어서 문제가 아닌 것이다.

□국민의힘이 노리는 것은 그저 ‘추미애 방지법’이라는 깃발일 것이다. 사사건건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립하는 추 장관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 법이라도 만들어 저 입을 막고 싶다는 대중의 욕구를 자극해 보자는 속내일 터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연일 다투고 검찰총장이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르는 딱한 현실에서 비롯된 일이다. 대중 심리에 영합해 해프닝에 가까운 입법을 추진하는 국민의힘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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