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바이든 시기에 해결될 수도 있다

입력
2020.11.17 06: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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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어떨 것이냐를 놓고 전문가들의 예측이 한쪽으로 쏠려 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평화 프로세스의 앞날이 매우 어둡다는 주장이 대부분이다. 그 논리들을 따라가면 이제 북미 대화는 영영 물 건너 간 듯하다. 그러나 필자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꽃을 피울 가능성을 점친다. 미국이 과거의 교훈을 기억하고 제대로 행동하면 이 예측은 맞아떨어질 것이다.

2020년 미 대선은 베트남전 반대와 인권운동으로 극심한 분열 속에서 치러진 1968년 대선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해에 유력 대선 주자였던 로버트 케네디와 흑인 인권운동가 킹 목사가 암살됐다. 선거에서 승리한 닉슨이 백악관에 들어와 보니 미국이 만신창이임을 발견한다. 압도적인 우위에 있었던 미국의 핵전력이 소련에 크게 도전받고 있었고, 베트남전 장기화로 국력이 소진된 상태였다. 여기에 극심한 내부분열이 더해졌던 것이다.

닉슨 행정부는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했던가. 미국은 '시간 벌기' 전략을 구사한다. 유럽에서는 소련과 데탕트를 구현함으로써 군비경쟁의 숨통을 틔웠고,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끌어안았다. 대단한 반전이었다. 이것은 분열된 미국의 내상을 치유하고 국제적 지도력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했던 전략이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닉슨과 키신저의 조합에서 나온 이러한 전략적 대전환을 도모할 수 있을까. 미국의 운이 다하지 않았다면 바이든 행정부하에서 이와 유사한 정책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미중 간의 신냉전으로 묘사한다면 바이든 행정부하에서 아시아판 데탕트 국면이 열려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19발 대공황을 극복할 수 있다.

자, 미국이 이렇게 시간 벌기 전략을 구사하면 한반도 문제가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반사적으로 북핵문제 해결의 전기가 만들어질 것 같지 않은가. 미국과 중국 간에 협조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북핵문제가 풀린다. 큰 판이 이렇게 돌아가면 북핵문제가 원샷으로 해결되지는 않더라도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막는 것은 물론이고, 비핵화의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내팽개친 이란 핵합의(JCPOA)가 복원되면 이것도 좋은 신호가 된다. 북한이 희망을 가질 것이다. 이런 여건에서는 충분히 북미 간에 협상이 추진될 수 있다. 모두를 불안하게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에 비하면 훨씬 안정적으로 말이다. ‘영변+알파’와 ‘제재 일부 완화’가 교환되면서, 비핵화의 입구가 크게 열릴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우려되는 점도 많다. 미국이 대선을 치르면서 심각해진 국내적 분열 치유에만 몰두하면서 북핵문제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고, 여기에 신행정부의 대북 라인 인선이 늦어지면 절박감에 휩싸인 북한이 도발할 수 있다. 이 경우 바이든 행정부는 오바마 시기의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결국 관건은 북한이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우리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향후 2,3개월 동안 이러한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자 계산은 끝났다. 이제는 닉슨 1기와 같은 전략적 대전환이 동아시아에서 구현될 수 있고, 이를 활용하면 비핵화 진전이 가능하다는 신념을 갖고 뛰는 일이 남았을 뿐이다.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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