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디스코 열풍→레이블 콘서트'...빅히트 레이블즈, 시작된 시너지

입력
2020.11.13 15:37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방탄소년단 여자친구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세븐틴은 최근 레트로 콘셉트와 '디스코' 장르로 컴백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방탄소년단 여자친구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세븐틴은 최근 레트로 콘셉트와 '디스코' 장르로 컴백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를 필두로 한 빅히트 레이블즈가 본격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빅히트가 낳은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세븐틴 뉴이스트 여자친구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비롯해 데뷔를 앞두고 있는 엔하이픈 등 두터운 팬덤을 자랑하는 아이돌 그룹들이 '레이블즈 식구'로서 발맞춘 행보를 보이기 시작함에 따른 결과다.

지난 2005년 중소 기획사로 출발했던 빅히트는 방탄소년단의 역대급 성공에 힘입어 사세를 확장했다. 빅히트는 최근 걸그룹 여자친구의 소속사 쏘스뮤직, 뉴이스트 세븐틴 등의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인수했으며, 엠넷 'I-land'를 공동 제작했던 CJ ENM과의 합작 법인이자 엔하이픈의 데뷔를 앞두고 있는 빌리프랩 역시 '빅히트 레이블즈'의 식구다.

산하 레이블을 확대했지만, 지금까지는 여자친구의 새 앨범 작업에 방시혁 피독 프란츠 등 빅히트 대표 프로듀서들이 참여하는 정도의 협업이 전부였던 가운데 드디어 '빅히트 레이블즈'의 진가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먼저 빅히트가 산하 레이블 아티스트들과 함께 힘을 모아 시너지를 창출한 것은 '가요계 트렌드 장르 이끌기'였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8월 발매 직후 K팝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100' 차트 1위를 휩쓸었던 신곡 'Dynamite'가 그 시작이었다. 방탄소년단은 'Dynamite'를 통해 경쾌한 디스코 팝 장르에 도전했고, 화려한 디스코 댄스와 나팔바지·컬러 슈트 등 레트로 감성이 느껴지는 패션으로 디스코 '붐'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지난달 컴백한 세븐틴의 선택 역시 '레트로'와 '디스코'였다. 스페셜 앨범 '; [Semicolon]'으로 더블 밀리언셀러를 달성한 세븐틴은 타이틀곡 'HOME;RUN'의 메인 콘셉트로 디스코 풍 레트로를 택하며 화려한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같은 달 약 일주일 뒤 컴백에 나선 '빅히트 막내'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타이틀곡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의 장르를 디스코로 선정하며 "방탄소년단에 이어 디스코 열풍을 이어가겠다"라는 포부를 전면에 내세웠다. 방탄소년단이 경쾌한 디스코 팝이었다면,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자신들의 메인 콘셉트인 '청량함'이 묻어나는 트렌디한 '청량 디스코'를 선보였다. 이번 컴백으로 이들은 초동 판매량 30만 장 돌파, 美 빌보드 '소셜 50' 2위, 일본 오리콘 데일리·주간 앨범 차트 석권이라는 자체 신기록을 세웠다.

'빅히트 레이블즈'의 디스코 사랑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 9일 새 정규 앨범으로 돌아온 여자친구 역시 디스코 장르의 타이틀곡으로 리스너들을 정조준했다. 은하는 컴백 전 열린 쇼케이스 당시 타이틀곡 'MAGO'의 장르를 디스코로 택한 이유에 대해 "'마녀들의 축제'를 풀어낸 곡인 만큼 누가 들어도 신나는 곡을 들려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흥겨운 멜로디가 매력적이고 신나는 디스코를 선택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과 마찬가지로 하늘을 찌르는 디스코의 대표적인 댄스와 함께 이미지 변신에 나선 여자친구 멤버들은 "요즘 디스코 장르, 레트로풍의 곡들을 많이 선보이시는데 그중에서도 저희가 디스코의 선두주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라는 목표를 전했다.

방탄소년단 이전에도 박진영 등 몇몇 가수들이 디스코 장르를 새롭게 재해석하고 나섰던 만큼, 빅히트 레이블즈가 디스코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방탄소년단과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여자친구 등 국내외 가요계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그룹들이 잇따라 디스코를 택한 이후 국내 가요계의 트렌드는 제대로 '디스코'에 꽂혔다는 점이다.

실제로 트와이스 마마무 우주소녀 쪼꼬미 볼빨간사춘기 등 최근 컴백에 나선 상당수의 가수들이 디스코 장르에 도전하며 열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는 앞으로 빅히트 레이블즈, 이른바 '빅히트 사단'이 막강한 영향력을 기반으로 국내외 가요계 트렌드를 이끌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이 가운데 빅히트는 다음 달 31일 빅히트 레이블즈 소속 아티스트들의 합동 공연 '2021 NEW YEAR’S EVE LIVE presented by Weverse'(이하 '2021 NEW YEAR’S EVE LIVE')를 예고했다. 해당 공연은 타 소속사 아티스트들이 선보여왔던 '패밀리 콘서트'와 비슷한 결의 콘서트가 될 전망이다.

지난 12일 마지막으로 베일을 벗은 최종 라인업에 따르면 이번 공연에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뉴이스트 엔하이픈(ENHYPEN) 여자친구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이현 범주가 출연한다. 세븐틴의 경우 이미 예정돼 있던 스케줄 탓에 이번 공연에 참석하지 않는다.

올해 처음으로 선보여지는 빅히트 레이블즈 합동 공연을 앞두고 아직까지는 과도하게 비싼 티켓 가격, 합동 공연의 당위성, 추첨제 좌석 배정의 실현 가능 여부 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팬들의 의견이 분분한 모양새다. 하지만 만약 팬들이 제기한 모든 문제점들이 원만하게 해결될 경우, 레이블 콘서트를 통해 빅히트 레이블즈 소속 아티스트들이 얻을 '시너지' 효과는 기대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빅히트 레이블즈 소속 아티스트 가운데 방탄소년단이 비교 불가 수준으로 압도적인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합동 공연 역시 국내외 아미(ARMY: 방탄소년단 공식 팬클럽 명)들의 관람률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 가운데 이제 갓 데뷔에 나서는 엔하이픈이나 아직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은 합동 공연에서 무대를 선보이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리고, 글로벌 팬덤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볼 수 있을 전망이다. 뉴이스트 여자친구 등 이미 팬덤이 두터운 가수들의 경우에도 보다 넓은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아닐 수 없다.

빅히트로서는 참으로 영리한 길을 택한 셈이다. 결국 산하 레이블 소속 가수들 각각이 가진 영향력과 인기가 '빅히트 레이블즈'의 힘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합동 콘서트를 통해 각 팬덤에게 '레이블' 식구로서의 결속력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방탄소년단뿐만 아니라 다른 소속 아티스트들의 힘 역시 키워나가겠다는 빅히트의 뜻이 엿보인다.

이들의 본격적인 '시너지' 사냥 행보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긍정적인 가능성도 엿본 반면, 아직 '합동 콘서트'의 성료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만약 이들의 영리한 계획이 제대로 성사될 경우, '빅히트 레이블즈'의 성장은 상상 그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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