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죽음의 심야배송 사라진다

입력
2020.11.12 13:30
수정
2020.11.1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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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 발표?
"10시 이후 심야배송금지, 주 5일제 확산"
백마진 관행 근절 등 택배 가격 구조 개선도

롯데택배 노사간 협상이 타결되며 업무에 복귀한 롯데택배 소속 기사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분류작업 전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롯데택배 노사간 협상이 타결되며 업무에 복귀한 롯데택배 소속 기사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분류작업 전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하루 평균 12시간, 주 6일 일하는 택배기사의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정부가 심야 배송을 금지하고 주 5일제를 확산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택배 한 건당 800원 수준인 낮은 배송 수수료가 택배기사를 장시간 노동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택배 가격 구조 개선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택배기사는 법적 신분이 개인사업자인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로서, 그간 장시간 노동 역시 개인의 문제로 치부돼 왔다. 그러나 올해에만 과로에 시달리던 택배기사 10명이 사망하면서, 정부가 개입해 택배업계의 작업 환경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택배기사의 근로시간 제한에 초점을 맞췄다. △택배사별 1일 최대 작업시간 설정 △심야 배송 금지 △주 5일제가 핵심이다. 이에 따라 택배사는 앞으로 자사 여건에 맞춰 분류, 집화, 배송을 합한 택배기사의 1일 최대 작업시간을 설정하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기사 과로사 의혹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기사 과로사 의혹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또 신선식품을 제외한 상품은 오후 10시 이후 배송을 금지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 안에 마련할 택배기사의 표준계약서에는 이로 인한 지연 배송을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등 부당한 처우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노사 협의를 거쳐 택배기사의 토요일 휴무제 등 주 5일 작업 체계 확산을 유도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현재 택배기사는 일요일과 공휴일만 쉬고 통상 주 6일 근무한다.

택배 가격 구조도 개선하기로 했다. 택배사간 가격 경쟁이 심화하면서 최근 20년간 택배 가격은 지속 하락하고 있다. 2002년 3,265원이었던 택배 가격은 2010년 2,505원, 2019년 2,268원으로 떨어졌다. 이는 택배기사에게 지급되는 배송 수수료를 낮췄고, 택배기사가 일정 수준의 소득 유지를 위해 더 많은 배송을 하는, 과로로 이어졌다. 2,200원의 택배비 중 현재 택배기사가 가져가는 배송 수수료는 800원에 그친다.

택배기사의 배송 수수료 저하를 야기하는 화주의 '백마진 관행'도 조사해 개선을 추진한다. 정부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2,200원의 택배비 가운데, 많은 택배사가 이 중 약 600원을 온라인쇼핑몰이나 홈쇼핑 등 화주에게 지불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택배사가 화주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리베이트다. 이런 백마진 관행으로 택배가격에 거품이 끼고 택배기사에게 돌아갈 배송 수수료도 줄어든다는 게 택배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대책 당정청 협의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대책 당정청 협의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홍남기 경제부총리,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과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분류작업'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워낙 노사 입장차가 커 상당 기간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택배기사 측은 1일 평균 작업시간 12시간 10분 가운데 3, 4시간이 분류작업 시간이라며 분류 업무가 '공짜노동'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택배회사는 분류 업무도 배송 업무에 포함, 배송 수수료에 분류 수당도 포함돼 있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적정 작업시간, 심야 배송 제한, 분류 업무의 정의 등을 명시한 택배기사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택배회사들의 과로방지 대책 이행을 강제한다는 계획이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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