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아동학대,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입력
2020.11.11 20:50
수정
2020.11.11 22:0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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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딸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입양한 뒤 학대와 방임을 이어가다 결국 생후 16개월의 입양아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엄마 A씨가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친딸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입양한 뒤 학대와 방임을 이어가다 결국 생후 16개월의 입양아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엄마 A씨가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아이한테 할 말 없으세요?"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엄마 A(33)씨는 11일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을 뒤로한 채 영장심사가 열리는 법정으로 도망치듯 뛰어 들어갔다. 아이가 숨지기 직전 한 방송사의 '입양가족 다큐멘터리'에 나와 올초 입양한 B양을 친딸처럼 돌보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이 사건이 알려진 이후 부모들을 중심으로 분노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경찰을 향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세 차례나 학대 의심신고가 있었는데, 경찰이 A씨 부부의 학대 혐의점을 찾지 못해 B양을 구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것이다.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고 해서 경찰에만 책임을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 과거에도 B양의 사례처럼 다른 가정에 입양됐다가 학대를 당해 숨진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당국은 '특단의 대책'을 내놨지만,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 되고 있어서다. 국가 아동복지체계 자체에 허점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지난 2015년 1월 대구의 한 가정에 입양된 C양(당시 3세)은 입양된 지 얼마 안돼 응급실로 실려갔다. 의료진은 화상자국이 난 걸 보고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대 혐의가 없다며 발길을 돌렸다. 그 사이 C양은 학대에 노출됐고 3개월 뒤 온 몸에 상처를 입은 채 숨졌다. 2년 뒤엔 입양한 6세 딸을 학대하다 사망하자 시신을 불태우고 유골까지 훼손한 '포천 아동 학대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에도 3개월 넘게 학대가 이어졌지만 누구도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입양 아동은 학대에 노출될 가능성이 특히 크다고 입을 모은다. 처음엔 "사랑스럽다"며 애를 데려갔다가 이후 돌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양부모에 의한 입양아 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정부도 입양기관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자격 없는 양부모에게 아이가 맡겨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양부모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촘촘한 후속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비판 여론을 의식해 출동 나간 경찰관을 징계하는 후속조치는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꼼수에 불과하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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