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정부가 함께 만드는 원자력정책

입력
2020.11.12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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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전 논어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옛날 중국 노(魯)나라 왕이 바닷새를 궁궐 안으로 데려와 술과 산해진미를 권하고 극진한 대접을 했지만, 바닷새는 당황하여 아무것도 먹지 않아 사흘 만에 죽었다는 이야기다. 장자는 노나라 왕의 바닷새 이야기를 통해,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이렇듯 공급자 입장에서의 최선이 수요자 입장에서는 최선이 아닌 경우가 있다.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정부가 양질의 정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정책 수요자인 국민의 생각이다. 이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원자력안전정책 역시 다르지 않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원자력안전분야 중장기 전략계획인 제3차 원자력안전종합계획(2022~26년)을 국민의 직접 참여를 통해 수립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원안위는 일반 국민 120명 등이 참여하는 국민 참여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국민 참여단이 숙의 과정 등을 통해 원자력안전의 비전과 정책 방향 등을 제시하면, 이를 토대로 원안위와 전문가가 구체화된 계획을 수립한 이후 다시 국민에게 확인받는 과정을 거쳐 원자력안전종합계획을 최종 완성하게 된다.

원자력이라는 분야가 워낙 전문적인 영역이다 보니, 국민이 논의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보다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원안위가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자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원자력안전종합계획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관리부터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 원전 사고 발생 시 주민 보호방안 등이 포함된 종합적인 국민 보호 대책이다. 이렇듯 중요한 계획을 수립하는 만큼 국민의 생각을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국민 주권 국가에서 당연한 일이다. 물론 전문가들이 이 과정에서 국민의 생각을 구체화하기 위한 세부 전략을 마련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원자력안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함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투명성과 개방성, 그리고 참여도는 국민의 합리적 우려를 해소하는 수단이라면서 이해 당사자와 일반 국민에 대한 정보 제공 및 소통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번 국민 참여 과정이 국민과의 소통체계로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앞서 살펴본 노나라왕과 바닷새의 이야기의 교훈은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사자성어로 귀를 귀울여 마음을 얻는 것이 최고의 지혜라는 뜻이다. 원안위는 이를 가슴 깊이 새겨 원자력안전에 대한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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