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마음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입력
2020.11.17 04:40
23면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장애의벽을 허무는 사람들을 비롯한 장애인 인권단체 회원들이 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코로나블루 청각장애인도 자유롭게 비대면 상담 받고 싶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0.07.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장애의벽을 허무는 사람들을 비롯한 장애인 인권단체 회원들이 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코로나블루 청각장애인도 자유롭게 비대면 상담 받고 싶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0.07. myjs@newsis.com




2020년이 저물어 간다. 이맘때가 되면 한 해를 장식한 여러 이슈들이 정리되곤 하는데,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단 하나의 단어로 충분할 듯하다. 전례 없는 치명적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가까웠던 서로를 멀리하고, 스스로를 청결한 감옥에 고립시켰다.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모두의 약속된 행동이었지만, 반대급부로 사람들의 마음 한구석에 우울, 걱정, 불안, 외로움을 자라나게 했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기 어렵고, 보여줄 수도 없는 것이 마음이다. 그래서 마음의 병은 몸의 병보다 알아채기 어렵다.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우리의 “마음 건강”은 괜찮은 걸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9월 25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에 대한 질문을 건네고 응답을 모았다.

작년 보다 ‘신체 건강’ 35%, ‘정신 건강’ 24% 나빠졌다

작년 대비 신체 건강이 나빠졌다는 응답은 35%, 작년 대비 정신 건강이 나빠졌다는 응답은 24%로 신체가 더 나빠졌다는 응답이 11%p 높았다. 이 결과만 보자면 정신 건강이 더 괜찮은 것 아닌가라고 할 수 있지만, 건강이 나빠진 데에 코로나19 상황이 영향을 주었냐는 질문에 정신은 85%, 신체는 58%가 영향을 주었다고 응답하여, 정신 건강에 코로나19 상황이 영향을 주었다는 응답이 27%p 높게 나타났다. 즉, 정신이 신체보다 덜 나빠지긴 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신체보다는 정신 건강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다.

그럼 사람들의 정신 건강 상태는 어느 정도일까? 국가 정신건강검진에서 사용하는 PHQ-9 우울 척도 평가 결과, 응답자의 28%는 우울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우울 척도 합계 총 27점 중 10점 이상이면 우울증 있음). 어떤 사람들이 우울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지 살펴보니 18~29세(41%), 가구소득 300만원 미만(36%), 배우자 없음(35%), 1인 가구(38%)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기 위해 우울증 세부 상태별 결과를 살펴보면, 우울증 아님(42%), 가벼운 우울증(30%), 중간 정도 우울증(15%), 치료를 요하는 중간 정도 우울증(7%), 심한 우울증(5%)로 나타나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이 12%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정말 이렇게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일까? 주관적 정서 지표인 행복감, 걱정, 우울감을 2019년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와 비교해 본 결과, 행복감은 6.5점에서 6.0점으로 낮아지고, 걱정은 4.2점에서 5.3점으로 상승, 우울감은 3.4점에서 4.1점으로 상승했다. 부정적인 변화는 걱정(+1.1점) > 우울감(+0.7점) > 행복감(-0.5점) 순으로 크게 나타났다. 국외 사례를 살펴보면 올해 6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정신 건강 전국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1%가 우울,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등의 증상 중 1개 이상의 증상이 있다고 나타났고, 이는 작년 대비 3~4배가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표본이나 설계 등의 차이로 조사 간 통계를 직접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으나, 국내 정서 지표가 전체적 흐름이 작년 대비 좋지 않고, 다른 국가의 결과도 유사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사태의 심각성이 보다 크게 느껴진다.

고통의 원인은 경제적 문제 > 질병 > 직장

최근 1년간 정신 고통 또는 질병을 경험한 사람들의 발병 원인 상위 5순위는 경제적 문제(34%), 신체 건강 문제(17%), 직장/사업 문제(13%), 가족/친척 문제(12%), 대인관계 문제(8%)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정신 고통 또는 질병으로 도움이 필요했지만, 받지 못한 이유 상위 5순위는 내 상태가 알려지는 것이 싫어서(35%), 소요되는 비용 때문에(11%), 걱정이나 민폐를 끼치기 싫어서(11%), 요청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10%),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나 병원이 없어서(9%) 순으로 나타났다.

정신적 고통이나 질병의 원인과 도움 받지 못한 이유가 모두 “경제적 문제”와 “인간관계”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정신적 고통이나 질병의 1순위 원인인 경제적 문제(34%)는 40~50대(40대: 40%, 50대: 42%)와 자영업자(39%)에서 상대적으로 높았고, 도움 받지 못한 1순위 원인인 내 상태가 알려지는 것이 두렵거나 싫어서(35%)는 50대(41%), 근로자(40%)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코로나19발 경기 침체에 따른 불안정성, 불확실성이 우리나라의 주 경제활동자인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정신 건강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사람들은 정부가 국민의 정신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주기를 원한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정기적인 정신건강검진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40대 이하(18~29세: 83%, 30~40대: 81%), 배우자 없음(80%), 1인 가구(81%)에서 필요하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적정 주기는 1년이 47%로 가장 높았고, 2년이 35%로 뒤를 이었다(현재 국가건강검진의 정신건강 검사 주기는 10년이다). 선호하는 검진 방법으로는 병원, 보건소 방문이 56%,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통한 원격 검진이 36%를 기록했다. 방문 검진은 60세 이상(64%)에서, 원격 검진은 여성(44%)과 비경제활동자(41%)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정기 정신건강검진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집단이 어디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재난/사고/범죄 피해자 및 유가족(41%)이 1순위로 꼽힌 것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으나, 2순위로 청소년(20%)이 응답된 것은 다소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 10명 중 3~4명이 우울을 경험하고(질병관리청 2007~2018 청소년 우울감 경험률 추이), 청소년 주관적 행복지수 OECD 국가 중 최하위권, 청소년 정신과 치료 국가 지원을 희망하는 국민청원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왜 청소년에게 우선적으로 정기 정신건강검진이 필요한지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고연령층, 저소득자 등 소외계층 정신건강 관리 시급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작년 대비 사람들의 정신 건강은 나빠졌고, 코로나19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청소년, 고연령자, 저소득자, 1인 가구 등 다양한 집단의 정신 건강이 전 방위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사람들은 정부가 국민의 마음을 보다 자주 들여다봐 주기를 원한다.

국민의 마음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신호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에서 아직 내려오지 못하고 있고, 정부도 국민의 마음 건강을 챙기기 위해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전국적으로 확충하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신체만큼 정신의 악화에도 위협을 가하고 있고, 상황은 우리의 대응보다 항상 한 발 빠르다. 내일은 정신도 신체와 동등하게 보살펴야 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오늘 움직여야 한다.


박종경 한국리서치 여론1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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