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DJ 햇볕' 옹호했던 바이든 2012년 이후 대북 회의론 선회, 왜?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사담 후세인보다 김정일과의 협상이 급하다(2002년)" "북한의 보상 요구, 더 이상은 용인하지 않겠다(2013년)"
향후 4년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최대 플레이어로 등장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북한에 대해 어떤 인식과 철학을 지니고 있을까. 본보가 최근 20년 간 그의 북한 관련 공식 발언을 분석한 결과 바이든 당선인의 대북 인식은 '대화 파트너'에서 '불신의 대상'으로 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당선인은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첫 남북 정상회담 때 "포용 정책의 승리"라고 지지하는 성명을 내는 등 2000년대 초반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을 적극 지지한 협상론자였다.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2001년 5월 내셔널 프레스클럽 연설에서 그는 "북한 최고 지도자(김정일 국방위원장)가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속해서 유예하고 있는 것은 미국과의 거래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미국은) 북핵 위협을 악용해선 안된다. 북한과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2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시인으로 북미 제네바 합의가 붕괴해 이른바 '2차 핵위기'가 촉발됐을 때도 당시 부시 행정부를 비판하며 북미간 직접 대화를 주장했다. 그해 12월에는 "사담 후세인보다 북핵 문제가 미국의 이익에 즉각적으로 더 큰 위험을 주고 있다"면서 당시 미국내 최대 이슈였던 이라크 문제 보다 북한 비핵화에 우선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북한 핵보유 선언 이듬해인 2006년 북미 대화를 위해 대북특사를 임명하도록 한 국방권한법안 수정안 상원 통과를 주도한 것도 그였다. 이 때만해도 바이든 당선인은 부시 행정부의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비판하며 북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 외교 과제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최근 여권 일각에서 나온 긍정론도 이 당시 그의 대북 인식과 발언에서 나온 기대감이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의 대북 발언은 2013년 이후 확연히 달라졌다. 당시 부통령이었던 그는 7월 강연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평가를 요청받자 "우리 엄마는 늘 '이 영화 어디서 봤더라'는 말씀을 하신다"고 답했다. 북핵 위기를 조성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해온 북한의 반복적인 협상 패턴을 비꼰 것이다. 그는 "위기를 조장하고 보상을 요구하는 북한의 반복된 태도를 우리는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화는) 북한이 진정성 있게 준비해야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같은 해 12월 방한해 연세대에서 가진 연설에서도 "핵으로 무장한 북한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나쁜 행동을 추구하는 데 대해 보상을 하는 패턴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협상 회의론로 돌변한 듯 한 그의 태도는 북미 간 2012년 2·29 합의 사태와 무관치 않다. 당시 북한과 버락 오바마 1기 행정부는 세차례 고위급 협상 끝에 핵동결과 식량 지원을 맞바꾼 2·29합의를 도출했다. 그러나 같은 해 4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 은하-3호를 발사하면서 합의는 두 달만에 파기됐다. 부시 행정부를 향해 북한과의 협상을 강조했던 던 그는 막상 오바마 정부의 부통령으로서 협상을 추진했다가 튀통수를 맞은 셈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바이든으로선 대북 대화 의지가 강했던 만큼 2·29 합의 파기로 인한 충격도 컸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들어서 바이든 당선인의 대북 언사는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는 지난해 5월 유세에서 "우리는 푸틴이나 김정은 같은 독재자와 폭군을 포용해야 하느냐"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외교를 깎아내렸다. 지난달 TV토론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앞세우자 김 위원장을 '불량배'로 지칭하면서 "유럽 침공 전 우리는 히틀러와도 좋은 관계였다"고 비꼬았다.
북한 정권이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 문제에 대한 바이든 당선인의 태도 역시 주목할 수 밖에 없다. 그는 지난해 10월 "트럼프는 북한의 독재자를 위해 변명을 하고 있고 대북인권특사를 임명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수치스러운 일이다"며 북한 인권 문제를 등한시한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 겨냥했다. 김 위원장을 '폭군' '독재자' '불량배'로 지칭한 발언 연장선에서 보면 바이든 정부에선 북한 인권 문제가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북한에 대한 바이든 당선인의 불신이 깊어지긴 했으나 그의 거칠어진 대북 발언을 미국 국내 정치적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측면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상원 외교위원장 시절이었던 2008년 시효가 만료된 북한인권법 연장안을 통과시키면서도 "북한 인권에 대한 접근은 북한의 특수적 상황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도 북한 인권 이슈화가 북미 협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유연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최근 국내 언론에 보낸 기고문에서 재미(在美) 한인과 북측 간 이산가족 상봉 아이디어를 깜짝 제시하기도 했다. 비핵화 문제와 별개로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에 열려 있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북한과 곧바로 협상에 착수하는 데 따르는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인도적 교류를 매개로 삼을 수 있다는 의중을 드러낸 셈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북한 인권을 전면에 내세워 북한과 각을 세울지, 인도주의적 접근으로 대화 물꼬를 틀지는 북한의 태도에 달렸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