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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기후변화·동맹관계·이민정책... 바이든, 트럼프 4년 싹 바꾼다

입력
2020.11.09 04:30
수정
2020.11.09 09: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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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반대로 하기(ABT)"
취임 첫날 행정명령 쏟아질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5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대선 결과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윌밍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5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대선 결과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윌밍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020년 대선을 '미국의 영혼을 놓고 벌이는 전투'에 비유하며 '트럼피즘(Trumpismㆍ트럼프주의)' 심판론을 설파해왔다. 내년 1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을 정상화한다는 명분 아래 전방위적인 'ABT(Anything But Trumpㆍ트럼프와 반대로 하기)' 정책을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 첫날 일련의 대통령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방식으로 공약 이행에 시동을 걸 것이라고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내다봤다.

트럼프식 고립ㆍ일방주의 폐기 수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 해인 2017년 6월 1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 해인 2017년 6월 1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ㆍ일방주의 외교정책은 폐기 1순위로 꼽힌다. 바이든 당선인은 전날 승리 선언 연설에서 "미국을 다시 세계에서 존경 받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선거 운동 기간에도 새 행정부는 동맹 강화와 다자주의 복원을 대외정책의 핵심 목표로 놓겠다고 공언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17년부터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했고, 이듬해 이란핵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도 파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이던 올해 5월에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중국 편향성을 지적하며 탈퇴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모든 결정을 뒤집을 계획이다. 추락한 국제적 위신을 세워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파리협약 복귀가 신호탄이다. 대선 이튿날인 4일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가 공식 발효되자 그는 트윗으로 "정확히 77일 안에 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제 내년 1월 20일 취임선서 직후 유엔에 복귀 서한을 보내는 게 그의 구상이라고 NYT는 전했다. 백악관 입성 첫 날부터 미국의 국제 영향력을 과시하고, 과학자 경고를 '음모론' 취급하던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화하겠다는 의지다. 이외 WHO 탈퇴 번복과 식물 상태의 WTO 정상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비롯한 동맹과의 관계 회복 등 외교정책의 대전환이 예상된다.

한국은 방위비ㆍ통상 압박서 숨 돌릴 듯

1월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6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외교부 제공

1월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6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국을 겨냥한 각종 위협의 화살도 일단 거둬들여질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달 30일 한국 언론에 기고문을 보내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무모한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지 않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분담금 인상 압박을 '동맹 갈취'로 규정하면서 주한미군 감축과 분담금 인상 자제를 시사한 것이다.

통상 분야에서도 동맹을 가리지 않고 힘으로 압박하는 트럼프식 '관세 폭탄'이나 양자 간 무역협정 재협상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다만 대(對)중국 압박 기조는 이어져 이 분야에서의 동맹국간 연대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협상에 당장 속도가 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이 아닌 실무진부터 올라가는 '상향식 접근'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 개최 문턱도 전보다 높아질 듯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후보 TV토론 때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능력 축소에 동의하는 경우에만 만날 용의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민ㆍ보건ㆍ노동 등 국내 정책도 ‘유턴’

미국 애리조나주 유마의 멕시코 접경지역에서 인부들이 10월 15일 국경 장벽을 건설하고 있다. 뒤편으로 캘리포니아주 앤드레이드의 미국 출입국 관리소가 보인다. 유마=AP 연합뉴스

미국 애리조나주 유마의 멕시코 접경지역에서 인부들이 10월 15일 국경 장벽을 건설하고 있다. 뒤편으로 캘리포니아주 앤드레이드의 미국 출입국 관리소가 보인다. 유마=AP 연합뉴스

국내정책 역시 대거 '유턴'이 예상된다. 우선 국경장벽 건설과 비자 발급 축소 등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정책으로 긴장 속에 살았던 이민자ㆍ유학생들은 짐을 덜게 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버락 오바마 정부 8년 동안 이민정책을 개혁하지 못한 건 "실수였다"면서 취임하면 미국에 사는 1,100만 서류 미비 이주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길을 열겠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폐지를 추진해온 불법 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제도(DACAㆍ다카)를 영구화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예고했다.

전 세계 확진ㆍ사망 1위인 미국의 코로나19 대응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은 연설에서 "바이러스를 잡지 않고선 다른 경제ㆍ사회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며 "9일 코로나19 문제를 다룰 학자와 전문가 그룹을 발족하겠다"고 했다. 그는 선거 운동 때도 '드라이브인 유세'를 하는 등 방역 수칙을 준수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약속대로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전쟁물자 보급과 관련한 국방생산법을 활용해 '국가보급망 사령관'을 임명하고, 검사 확대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전 국민 건강보험 의무가입을 골자로 한 '오바마케어' 등 보편 의료 서비스도 확대할 방침이다.

노동 분야에선 최저시급 인상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중소기업이 노동자를 대량 해고할 것"이라고 맞섰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시간당 최저임금을 현행 7.5달러(약 8,500원)에서 두 배인 15달러로 인상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이외 연방 공무원들의 노조 창설을 허용하고, 노숙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인세율 인상과 부자 증세도 바이든 당선인 대선 공약의 한 축이다. 다만 민주당의 상원 과반 탈환이 멀어지고 있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바이든 시대 정책 어떻게 변할까. 그래픽=송정근 기자

바이든 시대 정책 어떻게 변할까. 그래픽=송정근 기자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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