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민낯, 민주당의 민낯

입력
2020.11.08 10:0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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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화요일 미국 대선이 치러지고 1주일 동안 혼돈의 시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주에서 우편투표와 개표에 관련해 여전히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화난 각 정당의 지지자들이 거리로 나오기도 했다. 선진 민주주의의 표상이라고 믿었던 미국의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번 미국 대선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감정적 양극화(affective polarization)의 심화이다. 대개 언론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지자들의 ‘막말’과 ‘가짜뉴스’에 더 주목했지만,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통령이 직접 분노와 증오를 자극하는 것은 분명 문제이다. 그의 지지자들이 보여 준 인종 차별적이고 비상식적인 언행들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반대편이 잘한 것도 없다. 상대방을 조롱하고 무시했다. 미셸 오바마는 4년 전 “그들이 천박해지면 우리는 고상하게 가자”라고 말했지만, 올해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리 고상하고 성숙하지 않았다.

두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마주 앉아서 바람직한 정책에 관해 토론하기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명색이 선거운동인데,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지지를 호소하지도 않았다. 자기들끼리만 모여 자신의 논리와 언어를 공유하고, 확증편향을 심화하는 뉴스만 소비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지배적인 정서는 ‘어떻게든 트럼프를 심판하자’였고, 이에 공화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이 설치는 꼴은 못 보겠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투표율은 역대 최고였다. 어느 정당을 지지하던 상관없이,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무조건 투표장에 나갔다.

둘째,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지지층에 미세하게 변화가 있어 보인다. 2012년, 2016년, 그리고 2020년까지 CNN의 출구조사를 비교하니, 민주당의 소수인종 기반이 약화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4년 전에는 힐러리 클린턴의 ‘비호감’ 탓을 했는데, 이번 선거에서도 흑인과 히스패닉의 민주당 지지가 감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 유권자의 95%가 지지했었고 힐러리 클린턴은 89%가 지지했었는데, 이번에는 87%로 살짝 더 내려갔다. 중서부 지역과 고학력층 흑인들이 요인이었다. 플로리다와 텍사스의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예상보다 많이 지지했고 히스패닉 중 남성과 노년층이 4~6%포인트 정도 공화당으로 돌아섰다.

반면 공화당은 전반적으로 고르게 지지층이 늘었다. 단순히 저학력 백인에만 기댄 것이 아니었다. 특히, 결혼한 여성과 중서부 지역 고소득층의 지지율 증가가 주목할 만하다. 또 코로나에 대한 대처 미흡 때문에 백인 노년층이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갈 것이라 많이들 예측했는데, 뚜렷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국 전체 국민의 40%, 그리고 투표를 한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가 트럼프를 선택했는데, 이것은 도대체 뭘 뜻하나? 혹 트럼프가 대표하는 무언가가 존재하고, 그것이 미국의 장래에 주는 의미가 있지는 않을까? 미국 사회의 보수화라고 단순화할 문제일까? 경제적 불평등이 극심한 사회가 치유할 수 없는 단계로 넘어가게 되기 전 보이는 예후인가?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을 정부와 정책으로 대표해야 하는 정당들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우선 공화당 쪽을 보면, 지난 수십 년간 사회가 급격히 다양해지면서 자신들의 영향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 이를 법과 제도를 이용해 늦추고 있는 듯 보인다. 자신을 지지해 주지 않을 유권자들이 최대한 투표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바꾸고, 선거구를 교묘하게 만들어서 자신들이 최대한 많이 당선되도록 만들었으며, 법원에 보수적인 판사들이 최대한 많이 들어갈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애썼다. 이렇게 하면, 공화당은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인가?

민주당도 마찬가지이다. 소수인종과 소수자, 그리고 고학력층 전문직 종사자들의 선거 연합이 얼마나 더 지속 가능할지 미지수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넓게 대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선거에 도움이 되는 정책들만 대표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사회인구통계학적 특성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안주했다. 새로운 민주당의 상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미국 대선이 미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머릿속만 복잡해지는 1주일이었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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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민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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