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성장률 한국은 1.9%, 미국은 33%... 이게 말이 돼?

입력
2020.11.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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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전분기 대비, 미국은 연간 수치로 환산해 발표
'연율화' 개념 먼저 이해해야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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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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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성장률이 지난 2분기 역대 최저인 -31.4%로 떨어진 후, 3분기에 33.1%로 역대 최고치로 반등했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분기 급락 후 3분기 급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발빠르게 “미국 역사상 가장 높고 좋은 수치였다”면서 자신의 치적으로 돌리려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전 분기 경제 봉쇄 조치 등으로 급격히 침체했던 경제가 기존의 수준을 회복하기 위해 반등했다고 보는 해석이 더 많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다른 나라보다 유난히 변동폭이 큰 미국의 성장률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는 미국 경제분석국의 경제지표 표기 방식이 다른 나라와 달라, 이른바 '연율화(annualized)'한 지표를 내놓기 때문이다. 한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대외적으로 1.9%(전기 대비)로 공표하는데, 미국은 33.1%(전기 대비 연율)라고 밝히니 숫자만 봐서는 마치 미국이 엄청난 성장을 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미국 상무부와 연방준비제도 등에 따르면, 연율화란 특정 기간의 증가율(감소율)이 1년 동안 동일하게 지속된다고 가정할 때 나오는 수치를 도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 33.1%는 실제 3분기에 미국 경제가 33.1% 성장했다는 뜻이 아니라, 3분기와 동일한 수준으로 4개 분기(1년)를 반복했다고 가정할 때 증가율이 33.1%가 나온다는 의미다.

실제 연율화를 하지 않은 미국의 전 분기 대비 3분기 성장률은 7.4%다. 33.1%는 7.4% 성장을 네 번 반복하면 도출되는 성장률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올해 2분기 성장률은 실제로 전 분기 대비 -9%였고, 이런 분기가 네 번 연속 반복돼서 나오는 성장률이 -31.4%다.

연율화한 성장률은 통상 ‘전년동기 대비’로 불리는 연간 성장률과도 다르다. 연간 성장률(Year-on-Year)은 12개월 전과 현재를 단순 비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2020년 3분기 미국 경제 규모는 2019년 3분기보다 2.9% 위축됐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미국 정부는 연율화 방식으로 성장률 등을 표시해 왔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서로 다른 기간에 나온 데이터를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비교하기 위해 연율화한 자료를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이례적인’ 급속 침체와 급반등이 이어지면서 데이터 해석에 혼란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브래드 세처 선임연구원은 “(경제 지표 변동이) 연율화한 수치 때문에 더욱 격렬해 보이는데 이런 급격한 변동에 적절한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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