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해달라며 버려진 몰티즈, 알고 보니 '사람 껌딱지'

입력
2020.11.01 14:00
수정
2020.11.0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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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되어주세요] 3세 추정 수컷 몰티즈 훈이


가족을 찾고 있는 훈이(4세·수컷). 유행사 제공

가족을 찾고 있는 훈이(4세·수컷). 유행사 제공


지난해 9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근처에서 유기동물 자원봉사단체인 유기동물 행복 찾는 사람들(이하 유행사)은 유기동물 가족을 찾는 캠페인을 하는 도중 작은 몰티즈를 데리고 온 중년 남성으로부터 황당한 요청을 받았습니다. 자신은 더 이상 키울 수 없다며 개를 맡아달라는 겁니다.

사실 동물을 유기하는 것은 불법이고, 버리겠다는 동물을 다 받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유행사 봉사자들은 남성의 사연을 듣고 몰티즈를 돌보기로 했습니다. 이 보호자에게 맡겼다가는 개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피부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안락사 위기에 처했던 훈이가 구조 이후 매주 토요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근처 유기동물 가족을 찾아주는 행사에서 봉사자의 품에 안겨 있다. 유행사 제공

피부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안락사 위기에 처했던 훈이가 구조 이후 매주 토요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근처 유기동물 가족을 찾아주는 행사에서 봉사자의 품에 안겨 있다. 유행사 제공


유행사에 따르면 이 남성은 2018년 동물병원에 유기견이던 몰티즈를 입양했다가 사정상 키우지 못하게 되면서 친척에게 맡겼습니다. 개를 기르게 된 친척은 피부병이 심해 개를 병원에 데려갔는데 병원에서 완치는 어렵고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병이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러자 몰티즈 보호자는 용산구 내 동물병원을 찾아와 개를 안락사 시킬 것을 요청했고, 병원 관계자는 보호자에게 유행사를 소개해줬습니다. 이후 처음으로 몰티즈를 입양했던 남성이 개를 캠페인 현장에 데려온 겁니다. 그렇게 몰티즈는 유행사의 식구가 됐습니다.

훈이는 사람을 잘 따르고 다른 개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준비된 반려견이다. 유행사 제공

훈이는 사람을 잘 따르고 다른 개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준비된 반려견이다. 유행사 제공


봉사자들은 안락사의 위기에서 벗어난 몰티즈에게 훈이(3세 추정?수컷)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지금은 임시보호가정에서 평생 가족을 찾고 있는데요. 다행히 꾸준한 치료 덕에 이제 피부병 상태는 개선됐다고 해요. 하지만 앞으로도 관리는 꾸준히 해야 한다고 합니다.

훈이의 특징은 한 마디로 '사람 바라기'입니다. 그만큼 사람을 잘 따르고 좋아한다고 하는데요. 특히 손과 발을 내미는 동작을 할 때의 눈웃음과 애교에 빠지지 않는 활동가가 없을 정도라고 하네요. 또 다른 개 친구들과 지내는 데도 무리가 없다고 합니다.

피부병이 있다고 해서, 단기간에 나아지지 않고 평생 치료해야 한다고 해서 안락사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너무 좋은 훈이를 예뻐해줄 평생 가족이 나타나길 바랍니다.

▶입양문의: 유기동물 행복찾는 사람들

https://www.instagram.com/yuhengsa/?hl=ko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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