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시부야 오지 마세요" 핼러윈 앞두고 구청장 호소

입력
2020.10.25 11:50
수정
2020.10.25 21:5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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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해지는 축제 분위기ㆍ코로나 이중고
'버추얼 시부야'? 온라인 이벤트 참여 권유
자숙에 지친 젊은층 몰려들 가능성도 경계

일본 시부야구와 민간기업이 제작한 애플리케이션 ‘버추얼 시부야’. 유튜브 캡처

일본 시부야구와 민간기업이 제작한 애플리케이션 ‘버추얼 시부야’. 유튜브 캡처

오는 31일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도쿄의 대표적 번화가인 시부야에 비상이 걸렸다. 매년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주변에 몰려든 젊은이들로 각종 범죄와 음주에 따른 소란행위가 끊이지 않은 데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감염 방지에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하세베 겐(長谷部健) 시부야구청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반드시 집에서 즐겨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예약한 음식점에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즐기는 분들은 문제 없다"면서도 "분장을 구경하러 오는 분들과 길거리를 떠돌며 술을 마시는 분들은 (외출을)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는 "시부야에 오지 않고도 핼러윈을 즐길 수 있다"며 구에서 제작한 애플리케이션인 '버추얼 시부야' 등 온라인 이벤트 참여를 권유했다. 온라인상에 시부야 거리를 컴퓨터그래픽으로 재현해 26~31일엔 참가자 캐릭터들의 분장 콘테스트를 개최한다. 시부야 상인들도 "인파가 몰려들어 감염자 집단(클러스터)이 발생할 경우 시부야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며 구청 방침에 동조했다.

시부야구는 올해 핼러윈 축제에 인파가 몰려들지 않도록 매년 설치해 오던 가설 화장실과 분장 의상을 갈아입는 공간을 마련하지 않기로 했다. 역 주변의 상점에는 주류 판매 자제를 요청할 방침이다. 코로나19뿐 아니라 날로 과격해지고 있는 축제 분위기를 의식한 조치다.

2018년 핼러윈 축제 때는 술에 취한 젊은이들이 거리에 주차된 트럭을 넘어트려 기물 파손 혐의로 체포됐고, 자동판매기를 부수거나 여성들을 추행하는 등의 범죄가 빈발하면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조례를 만들어 핼러윈 기간 시부야역 주변 도로와 공원 등에서의 일정 시간대의 음주 행위를 금지했다. 주말과 축제 당일 100명 이상의 경비 인력을 투입하는 등 1억엔(약 11억원)을 들여 대책을 세웠음에도 폭행과 추행 등 혐의로 체포된 이들이 속출했다.

올해도 100명 규모의 경비 인력을 투입하고 구청 직원들도 질서 유지 활동을 도울 예정이다. 코로나19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예년보다는 덜 붐빌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자숙 피로'에 지친 젊은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수 있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고대 유럽 켈트족의 축제에서 기원한 핼러윈이 일본에서 확산된 배경에는 제과업계의 상술이 있었다. 초콜릿을 선물하는 관습이 정착된 밸런타인데이처럼 제과업체가 새로운 수요 창출을 위해 1980년대부터 호박 모양 케이스에 들어 있는 과자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하라주쿠와 오모테산도 등에서 분장 퍼레이드가 열렸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장을 계기로 2010년 이후 가을철 풍습처럼 정착됐다. 지난해 핼러윈 관련 상품의 매출은 1,155억엔(약 1조2,400억원) 규모에 달했고 7년 연속 1,000억엔 이상을 기록했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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