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기 감사 개봉, 청와대ㆍ감사원 중 한 곳은 흔들린다

입력
2020.10.19 21:15

최재형 감사원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오대근 기자


감사원이 월성 원자력발전 1호기 조기 폐쇄 경제성에 대한 타당성 감사를 19일 장고 끝에 마무리했다. 국회 요구로 지난해 10월 감사에 착수한지 1년 만이자, 법정 감사 시한(올해 2월 말)을 넘긴 지 8개월 만이다.

감사원은 최재형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5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감사위원회를 열어 감사보고서를 의결했다. 감사위 최종 심의는 이달 7일부터 6회나 이어졌다.

감사 쟁점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가 월성 1호기 폐쇄에 부당한 압력으로 작용했는지 여부다. 감사원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가 2018년 6월 ‘경제성이 없다’며 폐쇄를 결정한 과정에서 자료 조작이나 외압이 없었는지를 들여다 봤다.

감사원은 조기 폐쇄 결정이 옳았는지에 대한 평가는 애매한 영역으로 남겨둔 것으로 전해졌다. 조기 폐쇄 결정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비롯한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 4명과 한수원 핵심 관계자 2명을 9월에 불러 막판까지 진술을 들은 결과다.

다만 결정 과정에서 의도성이 짙게 가미된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강도 높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감사원은 판단한 듯하다. 감사원 소식통은 "증거 인멸 등은 감사 방해"라는 취지로 말했다. 감사 결과는 20일 오후 2시에 발표된다. 결과가 나오면 '원전 정국'이 한동안 요동칠 것이다. 감사 결과에 따른 시나리오를 따져 봤다.


감사원이 월성 원자력발전 1호기 조기폐쇄 경제성에 대한 감사를 마무리한 19일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운전이 영구정지된 '월성 1호기'(붉은 원)가 보이고 있다. 경주=뉴시스


“폐쇄 문제 없다”고 난다면...

폐쇄 과정의 부당함을 감사원이 지적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즉각 ‘여권 외압설’을 강하게 주장할 것이다. 여권이 감사원에 압력을 넣어 결론을 뒤집었다는 식의 공세가 예상된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감사원장이 언젠가부터 ‘핍박을 많이 받는다’, ‘제2의 윤석열(검찰총장)이다’라는 평가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바로 “전혀 핍박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받아 쳤지만,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논란은 한 동안 정국을 달굴 것이다. 이번 감사가 법정 기한을 8개월이나 넘기며 늘어진 것이 논란의 '땔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이 또 다시 흔들리는 상황은 민주당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7월 국회 업무보고 장면이 대표적이다. “대선에서 41%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 합의를 얻었다 할 수 있느냐”는 최 원장의 감사 중 발언을 민주당이 공개했고, 민주당은 최 원장 사퇴를 압박했다. 당시 “지금 팔짱 끼고 답했냐”(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는 질책까지 나온 것은 민주당이 최 원장을 얼마나 벼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 풍경. 뉴스1


평가 보류한다면... "문제 있나?"

감사원 입장은 일관되다. “월성1호기 감사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에너지전환 정책’과는 무관하다.” 최재형 원장도 15일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국회(야당)에서 지난해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보라’고 해서 봤다”며 ‘경제성만 들여다보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감사원이 만약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있었다’는 식의 해석이 가능하도록 결론을 내면 더불어민주당은 '원전 안전성은 왜 따지지 않느냐'며 강력 반발할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15일 국감에서 “탈원전 문제는 국민의 생명, 안전과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만큼 관심도와 중요성이 크다”(최기상 의원), “월성1호기가 1983년 가동 이후부터 53회 정지됐다. 포항 지진 때도 정지됐다. 안전성이 수시로 문제되고 있는 것을 아느냐”(김용민 의원) 등의 발언으로 자락을 깔았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체르노빌ㆍ후쿠시마ㆍ스리마일 등 세계 3대 원전사고까지 거론했다.


결론 어떻든… ‘여야 난타전’ 예상

이번 감사는 한수원 자체 평가보고서 조작 가능성을 의심한 국민의힘이 감사 청구를 하면서 실시됐다. 월성1호기가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상징으로 부상한 만큼, 감사 결과를 놓고 여야는 정면 충돌할 것이다. 감사 결과에 따라 청와대와 감사원 중 한 쪽이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최 원장은 국감에서 “감사 저항이 있었다”며 감사에 비협조적이었던 산업통상자원부 등을 콕 집어 비판했다. 감사원이 정부 인사들에 대해 징계 또는 고발 조치를 하면, 정국에 기름을 붓는 결과가 될 것이다. 다만 이들에 대한 형사고발은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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