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옵티머스 구멍 막자"... 윤석호, 타회사 150억 받으며 ‘셀프 보증’까지

입력
2020.10.20 04:30
수정
2020.10.20 11:02
4면
구독

스킨앤스킨 돈 투자받으며 입금증 위조
담보 적절 의견서도 윤석호 로펌서 작성
스킨앤스킨 이사 구속... 회장, 영장심사 불출석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주범으로 지목된 윤석호(왼쪽) 이사가 올해 7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주범으로 지목된 윤석호(왼쪽) 이사가 올해 7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석호(43ㆍ구속기소) 변호사(옵티머스 이사)가 펀드 부실을 메우기 위한 목적으로, 코스닥 상장사의 회삿돈 150억원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변호사 신분을 이용해 ‘셀프 보증’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윤 변호사의 이 같은 범행에 가담한 정황이 포착된 해당 업체의 현 경영진 쪽으로 또 다른 옵티머스 자금이 흘러갔는지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코스닥에 상장된 화장품 업체인 스킨앤스킨(현재 거래정지 중)에서 임시이사회가 열렸다. 이사회 안건은 △스킨앤스킨이 마스크 유통업체 이피플러스에 6월 초 150억원을 투자한 경위 △당초 계약 체결 과정에서 이사들이 요구했던 담보 설정 등이 제대로 됐는지 등을 확인하자는 것이었다.

이미 체결된 계약에 대해 뒤늦게 이사회가 열린 건 당시 옵티머스 의혹을 수사 중이던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 압수수색 대상에 이피플러스가 포함됐고, 이피플러스는 바로 윤 변호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였기 때문이다. 앞서 스킨앤스킨이 이피플러스에 투자했던 150억원이 회수 가능한지 점검하려 했던 셈이다.

당시 이사회에서 스킨앤스킨 경영진은 파워포인트(PPT) 슬라이드를 통해 ‘문제 없다’고 밝혔다. 이피플러스가 마스크 제작업체에 선급금 145억원을 지급한 이체 확인증(실제 마스크 사업에 투자됐다는 증거), ‘자산에 대한 적정한 담보가 설정됐다’는 취지로 작성된 법무법인 의견서가 주된 근거였다.

하지만 이러한 경영진의 설명은 모두 거짓이었다. 이체 확인증은 윤 변호사가 허위로 작성한 것이었고, ‘담보가 제대로 설정됐다’는 의견서도 옵티머스 업무를 도맡아 했던 법무법인 한송의 ‘윤석호 변호사’ 명의로 작성된 서류였다. 윤 이사가 이체 확인증을 위조하는 동시에, 한발 더 나아가 스스로 담보가 제대로 책정됐다는 ‘셀프 보증’까지 한 격이다. 서류 위조와 셀프 보증을 통해 옵티머스 쪽으로 흘러 들어간 돈은 대부분 ‘펀드 돌려막기’에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 분석과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최근 이런 사실을 확인, 지난 15일 스킨앤스킨 이모(53) 회장과 그의 친동생 이모(51) 이사도 옵티머스의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씨 형제가 영향을 미치는 다른 회사 간부가 개통한 차명 휴대폰을 유현권(39ㆍ구속기소) 스킨앤스킨 총괄고문이 사용했다는 점도 이들의 범행을 뒷받침하는 대목이었다.

이날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이 이사의 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혐의사실이 소명되는 바, 피해액이 크고 사안이 중대하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 회장의 경우, 심문포기서도 제출하지 않고 불출석한 점을 감안해 구인영장이 집행되면 추후 다시 심문기일을 정하기로 했다.

안아람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