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어디로 튈 줄 알고... '특검' 손 내젓는 민주당의 속내

입력
2020.10.1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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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지사 연루된 '드루킹 특검' 의식
강기정도 "특검 성공한 적이 별로 없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서신을 두고 철저한 수사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수처 설치와 가동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서신을 두고 철저한 수사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수처 설치와 가동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뉴스1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폭로로 라임ㆍ옵티머스 사태의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고 판단한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고리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다. 하지만 특별검사를 가동하자는 야당의 주장에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때문에 공수처 필요성을 주장하는 민주당이 같은 명분으로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당의 표면적 반대 이유는 특검의 비효율성이다.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검법 통과에만 한 달 이상 걸리고, 수사팀을 꾸리고 수사하는 데 3~4달이 걸린다”면서 “특검은 오히려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특검 거부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민주당 지도부가 이 같은 의견에 모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특검 주장을 야당의 정치공세로도 여기는 분위기다. 때문에 전략적 측면에서 굳이 야당의 공세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특검이라면 해결해야 할 사건이 분명해야 하는데 무엇을 다루자는 것인지 야당에서도 명확히 얘기하는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특검을 진행할 경우, 임명 과정에서부터 중립성 문제를 놓고 여야간 공방이 불가피하다. 정치적 피로를 누적시킬 가능성도 적지 않다.

강기정(왼쪽)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9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서 김봉현이 폭로한 검사와 변호사 A씨에 대한 직권남용과 변호사법 위반 고발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강기정(왼쪽)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9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서 김봉현이 폭로한 검사와 변호사 A씨에 대한 직권남용과 변호사법 위반 고발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이 특검 도입에 부정적인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예상치 못한 리스크를 불러 올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있다. 법무부장관의 컨트롤이 가능한 특임검사ㆍ특별수사본부와 달리 특검에서는 수사 방향이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여권 인사 연루 의혹이 제기된 마당이라 민주당에서는 이 부분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이미 현 정부 초기인 2018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특검에서 김경수 경남지사까지 연루됐던 기억을 갖고 있다. 라임 자산운용 사태 연루 의혹을 받는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19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특검은 성공한 적이 별로 없다.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드루킹 특검도 본질에서 벗어나 애먼 김경수 경남지사를 잡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다만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현재 검사들의 비위 연루 의혹까지 제기된 만큼 검찰 수사와 별도로 특임 검사를 임명하거나, 특별수사본부를 가동시키는 데에는 여권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하기 위해 특검을 도입하자고 야당이 주장하지만 오히려 독립적인 특별수사본부를 꾸리는 게 더 맞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양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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