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의혹 野 정치인 수사’ 윤석열이 뭉갰다? 보고라인 미스터리

입력
2020.10.19 17:41
수정
2020.10.19 20:06
3면
구독

대검 반부패·강력부 ‘패싱’ 의혹
검찰 "5월부터 정식 보고" 반박

윤석열 검찰총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사장 출신 야당 정치인 윤모씨의 라임자산운용(라임) 관련 수억원대 금품 로비 의혹이 6개월째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법무부와 여권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송삼현 당시 서울남부지검장(현 변호사)의 일대일 면담보고로 대검 반부패ㆍ강력부를 ‘패싱’했다며 ‘윤 총장의 사건 뭉개기’로 몰아간다. 하지만 검찰은 윤 총장이 지난 5월 이미 보고를 받고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고 반박, 구체적인 보고 및 지휘 과정은 여전히 미스터리 상태다.

1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이 윤씨 관련 의혹을 인지하게 된 건 지난 4월 하순이다. 남부지검 수사팀은 이종필(42ㆍ구속기소) 전 라임 부사장을 조사하던 중, 야당 정치인 윤씨의 의혹과 관련한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송삼현 당시 지검장은 다음달 관련 내용을 윤 총장에게 보고했다. 2주마다 있던 검찰총장-남부지검장 현안보고를 통해서다. 보고를 들은 윤 총장은 “여야를 가리지 말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남부지검은 윤씨 의혹을 정식 사건으로 입건해 계좌추적, 통신조회 등 수사를 진행했다.

이 사건에 대한 보고 방식이 달라진 것은 8월 말이다. 윤 총장은 해당 의혹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검사장급 인사로 지휘 라인도 모두 교체됨에 따라 대검 반부패·강력부를 통해 “지금까지 수사한 라임 관련 내용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작성된 라임 사건 종합 보고서에는 야당 의혹 등도 모두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도 ‘총장의 사건 뭉개기’라는 법무부와 여당의 지적이 나오는 건 당시 대검 반부패ㆍ강력부를 통하지 않고, 지검장과 총장 사이에서 직보(직접 보고)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야당 관련 의혹을 축소하기 위해 ‘정식 지휘라인’을 통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실제로 당시 반부패ㆍ강력부장이던 심재철 현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런 정황을 법무부 감찰관실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법무부의 “총장도 의혹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발표도 당시 반부패ㆍ강력부가 보고라인에서 배제됐다는 점에 근거했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대검 근무 경험이 많은 검사들은 이 같은 ‘야당 의혹 은폐를 위한 반부패ㆍ강력부 패싱’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내사나 첩보 단계의 내용을 지검장이 총장에게 직보하는 건 수사 보안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이례적인 일도 아니라는 뜻이다. 송삼현 전 지검장은 “중요 첩보로 판단하고 총장에게 보고한 것”이라며 “통상 계좌ㆍ통신 영장 단계의 일을 일일이 반부패부에 보고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심 국장과 윤씨의 관계를 고려한 ‘패싱’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검사 선배인 윤씨는 과거 검찰 인사에서 심 국장을 요직에 발탁, 자신의 직속 후배로 데리고 일했던 적이 있다. 두 사람이 1년 넘게 함께 일하며 친분을 쌓았던 만큼, 혐의가 확실치 않은 단계에서 윤씨 관련 수사를 심 국장에겐 알리기 어려웠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윤 총장으로선 심 국장을 신뢰하지 않았거나, 혹은 배려하는 차원으로 일단 보고 라인에서 배제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동순 기자
이유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