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사기투자한 직원을 수도권 본부장에 앉힌 전파진흥원

입력
2020.10.19 17:56
수정
2020.10.1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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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경인본부와 대신증권 본사 등을 압수수색한 16일 오후 서울 중구 대신증권 본사에서 직원 등이 출입하고 있다. 뉴시스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경인본부와 대신증권 본사 등을 압수수색한 16일 오후 서울 중구 대신증권 본사에서 직원 등이 출입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수사중인 옵티머스 펀드에 1,060억원을 투자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 대한 각종 의혹이 일고 있다. 거액을 부실한 제안 서류만 보고 투자한 데다, 사기 투자였음이 드러난 이후에도 담당자를 가벼운 징계 처분만 한 채 수도권 본부로 발령내는 등 미심쩍은 전파진흥원의 행동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22일 열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서 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 투자와 관련한 각종 의혹들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당시 전파진흥원을 이끌었던 서석진 전 원장이 증인으로, 기금운용본부를 맡았던 최모 본부장이 참고인으로 각각 채택된 상태다.

앞서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전파진흥원에 대한 위원들의 질타가 이어졌지만, 증인 채택이 제대로 안되면서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의혹은 크게 왜 옵티머스에 투자했느냐와 사건 이후 담당자를 제대로 징계하지 않았는가에 맞춰져 있다.

우선 2017년 투자 과정에서의 허술함이 지적된다. 전파진흥원은 매년 2조원 규모의 정보통신진흥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맡아 운용하고 있는데, 이 중 연간 2,000여억원의 자금은 별도로 운용해 수익을 내고 있다.

문제는 자금 운용하는 2,000여억원 중 절반이 넘는 1,060억가량이 당시 기금운용본부장의 자체 결정으로 옵티머스에 1년여간 흘러들어갔다는 데 있다. 전파진흥원 관계자는 “수백억원 규모 투자는 본부장 선에서 결정한 후 상부 결재가 이뤄진다”며 “당시 판매사(대신증권 등)를 보고 투자 결정한 것이며, 운용사 관련 정보는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2017년 당시 옵티머스가 전파진흥원에 제안한 ‘상품 설명서'가 두 세장에 불과할 정도로 부실했고, 전파진흥원이 별도 계약서도 없이 여러 차례에 걸쳐 수백억원에 달하는 기금을 투자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로비를 받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시 투자를 결정한 최 본부장의 ‘징계 이후 거취'도 의문이다. 2018년 옵티머스 사기 투자 관련 제보를 받은 과기정통부는 특별감사에 착수, “국가의 공적자금이 투자제한 업체의 경영자금으로 사용되는 등 공공기관의 공신력을 훼손시켰다"며 당시 투자가 부적절했음을 지적해 결국 최 본부장이 견책 징계 처분을 받았다.

다른 의심은 최 본부장이 징계를 받은 다음 이동한 보직에 있다. 그는 전남 나주시에 있는 본원에서 서울을 거쳐 인천 소재의 경인본부 본부장으로 임명돼 사실상 포상에 가까운 ‘상경'을 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과방위 국감에서 “귀양 가야 할 사람에게 하사품을 주고 휴양을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파진흥원의 이 같은 수상한 투자 이후 수십개에 달하는 기업과 기관, 대학 등이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를 감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전파진흥원은 “수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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