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결코 '느닷없이' 뭔가를 하지 않는다"... 유기견의 '카밍 시그널'

입력
2020.10.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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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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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매년 10만마리가 넘는 반려동물이 버려진다. 이 가운데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거나 새 주인을 찾는 경우는 많지 않다. 10마리 중 6마리는 보호소에서 자연사하거나 안락사를 당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민간 동물단체들이 운영하는 보호소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적어도 보호기간이 끝난 이후 안락사를 시키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동물들의 삶은 엇갈린다. 나이가 어리고 품종이 있는 개나 고양이들은 그래도 비교적 새 가족을 만날 확률이 높지만 그렇지 않은 나머지는 보호소에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

때문에 유기동물의 '진짜' 구조는 구조한 이후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나온다. 이처럼 구조 이후 입양까지 가능 지난한 여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개입하는 게 바로 활동가와 봉사자들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들이 입양의 기회를 박탈하는 실수를 할 수도 있으며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개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교육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출간된 '유기견 입양 교과서'(책공장 더불어)는 개가 보내는 '카밍 시그널'(개가 자신과 상대방을 진정시키기 위해 보내는 신호)을 이해하지 못하면 활동가나 봉사자가 오히려 개의 앞길을 막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유기견 입양 성공을 위한 전문적 지식과 기술, 파양 되지 않는 입양 성공법 등을 들려준다.

유기견 입양 교과서 ㆍ페르난도 카마초 지음ㆍ조윤경 옮김ㆍ책공장 더불어 발행ㆍ168쪽ㆍ1만1,000원

유기견 입양 교과서 ㆍ페르난도 카마초 지음ㆍ조윤경 옮김ㆍ책공장 더불어 발행ㆍ168쪽ㆍ1만1,000원

책은 동물보호단체에서 구조한 개가 자원봉사자 세 명을 물었고, 개는 입양 기회를 잃었다는 사례를 소개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세 번의 사고는 모두 개의 잘못이 아니라 봉사자의 잘못이었다는 것. 개는 분명하게 자신이 불편하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사람들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무시했다는 것이다.

개 행동 전문가인 저자 페르난도 카마초가 불안감을 느끼는 개를 다룰 때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으로 제시한 방안은 바로 개를 무시하는 것이다. 주위에 있는 사람이 자신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면 개는 긴장을 풀고 긍정적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낯선 이에게도 마음을 열게 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이외에 공격적인 개를 다루는 법, 보호소와 임시보호 가정에서 개를 돌볼 때 주의점, 입양 보낼 개를 홍보하는 법, 입양 희망자를 심사하는 법 등에 대해 조언한다.

책은 개는 결코 '느닷없이' 뭔가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개가 보내는 신호, '몸짓 언어'를 배우고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어려움에 처한 개를 돕는 이들이 슈퍼 히어로, 집 없이 떠도는 개들의 영웅이라고 치켜세운다.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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