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청 신도시에 때아닌 '청국장 갈등'

입력
2020.10.18 17:20
청국장에 전, 부침개, 삼겹살 굽는 냄새까지...
아파트 민원 목록 올라
도농 출신 입주민 음식취향 다른 탓도
규제 기준 애매하지만 수시로 안내방송

경북도청 신도시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콕' 생활이 길어져 아파트 층간소음이나 담배 연기가 이웃간 분쟁을 일으키는 가운데, 경북도청 신도시에선 청국장이 새로운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경북 안동과 예천 구도심에서 이주한 '복고풍'의 주민과 대구 등지에서 옮겨 온 도시세대 간 음식취향 차이가 청국장 냄새로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경북도청 신도시가 조성된 안동 풍천면과 예천 호명면 일대의 한 아파트 주민 A씨는 최근 단지를 뒤덮고 있는 청국장의 시큼한 냄새에 아연실색했다. 청국장 전문식당에서나 맡을 법한 냄새가 집안에 배여 빠져나가지 않았다. 지난 5월 공공기관 도청신도시 이전으로 가족과 함께 대구에서 이사온 A씨는 "청국장 냄새를 견디기 힘들어 관리사무소에 얘기해 몇 번이나 주의 방송을 했지만 사라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경북 북부지역 주민들에게 청국장은 익숙한 음식으로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와 큰 차이가 없다. 이들에게 메주를 쑤고 군불에 때는 것은 익숙한 일이어서 청국장 냄새 민원 자체가 이상하다는 반응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냄새로 인한 불만은 청국장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추석이 지났는데도 상당수 입주민들이 밀가루와 달걀에 묻혀 기름에 지진 소고기나 돼지고기, 동태, 감자, 고추전 등 각종 전과 부침개를 해먹으면서 음식 냄새가 아파트 몇개 층 정도는 쉽게 퍼지고 있다.

또 대도시 아파트에선 냄새가 집안에 배인다며 꺼리는 삼겹살도 단골 민원 목록에 오르고 있다. 냄새를 견디지 못한 아파트 주민들은 "공동주택에 살면서 자극성이 강한 음식은 삼가하는 것이 예의"라고 토로하고 있다.

입주민들이 관리사무소에 호소하고 있으나 음식 냄새는 건강이나 소음과 달리 개인취향이나 지역문화와도 관련있어 규제 수위를 정하기가 까다로운 게 골칫거리다.

한 안동시민은 "몸에도 좋지 않은 담배 연기라면 몰라도 평상시에 자주 먹는 청국장 냄새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한국사람이 한국음식을 불평하면 도대체 요리해도 되는 음식이 뭐냐"고 반문했다.

경북도청 신도시의 인구 유입이 가속화하면서 음식 냄새를 둘러싼 도농 출신 입주민간 불협화음은 계속될 전망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도청 신도시의 주민등록 인구는 1만9,463명이다. 이달 말부터 도청신도시 제2행정타운에는 경북선관위와 경북여성가족플라자, 정부경북합동청사 등이 본격적인 입주에 들어가 연말이면 2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도청 신도시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민원이 제기된 이상 냄새로 이웃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수시로 안내방송하고 있다"면서도 "청국장이 분쟁거리가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안동=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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