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저항 심한 감사 처음"이라는 최재형 감사원장

입력
2020.10.16 04:30
27면

여야 정쟁에 감사원 중립성 훼손 우려
곧 발표할 원전감사 ‘안전성’ 제외 한계

최재형 감사원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2020. 10. 15 오대근 기자

최재형 감사원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2020. 10. 15 오대근 기자


감사원에 대한 15일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두고 맞붙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월성 1호기 경제성과 관련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지난 2월이었던 법정시한을 8개월 넘기며 매듭을 짓지 못했다. 특히 이달 들어 4일간 회의를 했지만,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하고 국감 후 논의를 재개키로 하면서 감사위원 간에 이견이 심각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다.

하지만 최재형 감사원장은 “중요 쟁점 사항에 대해 감사위원 간에 모두 합의했으며 현재 최종 처리안을 작성하고 있다”며 내부 갈등설을 부인했다. 이날 여당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타당성 강변에, 야당은 감사 과정에서의 외압 의혹을 캐묻는 데 집중했다. 미공개 감사 결과를 자기 당 입장에서 예단하며 정파적 주장에만 골몰해 감사원의 중립성을 흔든다는 비판을 받았다.

월성 1호기 감사와 관련한 여당의 공격은 조사과정에서의 관계 공무원 인권침해, 내부 내용의 외부 유출과 논란, 감사위원 1인 공석 등에 쏠렸다.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다른 감사 결과에 대한 우려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이에 최 원장은 “감사 과정에서 관련 공무원이 자료를 삭제하거나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않는 일들이 많았다. 이렇게 피감사자들의 저항이 심한 감사는 감사원장 재임 이래 처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관계 공무원들의 은폐 시도가 감사 기간이 길어진 주요 이유였다는 토로인 셈이다.

야당은 감사 과정에서 청와대나 여당의 외압이 없었는지에 대해 캐물었다. 최 원장은 “여러 말들이 있었으나, 전혀 핍박이나 압력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그런 게 결정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또 일부 언론이 감사원장과 친여 성향 감사위원들 간 충돌설 등의 추측 보도를 한 것에 대해 “감사위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정치적 성향이라는 프레임으로 단정 짓는 것은 감사원과 감사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시킨다”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최 원장의 소신 발언에 여야 모두 큰 반발이 없이 감사가 마무리 됐다. 다만 최 원장이 “국회가 월성1호기의 경제성에 대한 감사를 요구해 경제성 부분만 봤으며, 안전성에 대해선 심도 있는 검토를 하지 않았다”고 답한 것은 사안의 중요성과 복잡성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관료적인 답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감사원 중립성을 흔드는 것은 장기적으로 정부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짓이다. 이런 점에서 여야는 감사원의 조사 과정에 대한 과도한 공격과 예단을 삼가야 한다. 조만간 나올 원전 감사 결과도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게 아니라 어떻게 사태를 수습하고 대안을 마련할지를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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