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의 용도

입력
2020.10.16 04:30
수정
2020.10.16 09:34
25면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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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컴퓨터 자판에서 입력하기 어려운 글자들(어깻점(ㄱ:k’의 ’), 반달표(ㅓ:?, ㅜ:?의 위로 향한 괄호))을 쓰지 않고 쉽게 표기하도록 2000년에 전면 개정되었다. 현행 로마자 표기법은 20년이 지나면서 지명, 인명, 도로명 주소, 문화재명, 역명 등에 두루 사용되고 있다.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외국인에게 우리나라의 고유 명칭들의 발음을 쉽게 알려서 원활하게 소통하는 데 있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행인들에게 길을 묻는다면 한국어 발음대로 발음하면서 물어야 안내받기 쉽다. 한국인이 외국인의 발음을 듣고 바로 알아차리게 하려면, 외국인에게 다음 중 어떤 표기가 제공되어야 할까? ‘한라산’의 경우엔 Hanrasan과 Hallasan 중 후자, ‘독립문’의 경우 Dokripmun과 Dongnimmun 중 후자이다.

현행 로마자 표기법은 발음을 기준으로 하는 전사법을 원칙으로 하지만, 학술논문 등 한글 복원을 전제로 표기할 경우에는 표기를 기준으로 하는 전자법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한국어를 배울 때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으로 인해 고생할 수 있다는 일부 외국인의 의견이 있다. 한국어를 배울 때에는 한국어 교재로 한국어를 제대로 배워야지, 로마자 표기로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시도이다. 우리가 일본어 로마자 표기나 한어병음으로 일본어나 중국어를 배우려고 하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국어 로마자 표기법은 한국의 지명, 인명 등 고유 명칭을 외국인들에게 알리는 데에 주된 용도가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문오 국립국어원 어문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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