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전세로 바꾸고 싶은데… 세입자 동의 필요한가요?

입력
2020.10.18 10:00
수정
2020.10.27 17:53

편집자주

부동산 전문가가 자산관리도 전문가입니다. 복잡한 부동산 상식 쉽게 풀어 드립니다.

16일 오후 서울 목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울 목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수원 광교신도시에 사는 40대 후반 박모씨가 다소 색다른(?) 고민을 전해왔습니다. 반전세(전세보증금 3억원, 월세 90만원)를 내주고 있는 아파트의 임대 계약이 내년 초에 끝나는데, 계약 형태를 반전세가 아닌 전세로 바꾸고 싶다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요즘 임대 시장에선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게 '대세'입니다. 금리가 워낙 낮아져 수억원의 보증금을 받아도 이자수익이 얼마 안되고, 보증금을 다른 부동산에 투자하기도 여의치 않아져서 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집주인이 예외없이 그러리란 법은 없죠. 사람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박씨처럼 월세를 전세로 돌리려고 고민 중인 경우도 있을 겁니다.

다만 사례가 많지 않다보니 정보를 찾기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정부도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사례에만 홍보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월세를 전세로 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Q. 세입자 동의를 받아야 하나?

임대계약을 갱신할 때 월세를 전세로 바꾸려면 임차인 동의가 필수입니다. 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개정 법률상 갱신되는 임대차는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세입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계약 형태를 바꿀 수 없다는 얘기죠.

이는 반전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상률과 별개로 보증금과 월 임차료의 비중을 조정하려 한다면 이 또한 계약 조건의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하나 덧붙이면, 새로운 세입자와 신규 계약을 맺는 경우엔 별도 제한이 없습니다. 세입자와 협상을 통해 월세나 전세 등을 결정하면 됩니다.

한 줄 답변 : "받아야 한다"

정부가 운영하는 임대등록시스템 렌트홈에 있는 임대료 계산기.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산정률과 인상률 등을 계산해볼 수 있다. 렌트홈 홈페이지 캡쳐.

정부가 운영하는 임대등록시스템 렌트홈에 있는 임대료 계산기.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산정률과 인상률 등을 계산해볼 수 있다. 렌트홈 홈페이지 캡쳐.


Q. 세입자 동의를 못 받으면?

답은 간단합니다. 세입자가 갱신계약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세입자 요구대로 기존의 반전세 계약을 유지해야 합니다.

박씨 사례인 보증금 3억원과 월세 90만원을 예로 들면, 5% 인상 시 보증금 3억1,500만원, 월세 94만5,000원까지 올리는 게 원칙입니다.

인상률을 계산하는 게 조금 복잡할 수 있는데, 다행히 직접 계산기를 두드릴 필요는 없습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임대등록시스템 렌트홈에 있는 임대료 계산기를 활용하면 임대료 인상률 5%가 어느 수준인지 쉽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한 줄 답변 : "기존 조건대로 2년 더"

Q. 세입자가 동의를 한다면?

월세를 없애고 전세만 받게 되니 계산은 훨씬 간단해집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월세에서 전세로 전환을 할 때는 통상적인 의미의 '전월세 전환율'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난달 29일부터 전월세 전환율을 기존 4%에서 2.5%로 낮췄는데, 이 수치는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에만 적용된다는 애기입니다.

사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등장하는 정확한 용어는 전월세 전환율 아니라 '월차임 전환 시 산정률'입니다. '보증금의 전부나 일부를 월 단위 차임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의미죠.

빅씨처럼 월세를 전세로 바꾸는 경우엔 '시장전환율'을 따라야 한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해석입니다. 시장전환율은 매달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시군구별 전월세 전환율을 기초로 정해집니다. 감정원이 발표한 8월 기준 경기도의 전월세 전환율(시장전환율)은 6%입니다.

전세보증금 3억원에 월세 90만원인 박씨의 경우 시장전환율 6%를 적용하면 전세보증금 4억8,000만원으로 바꿀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여기에 인상률 5%를 적용한 금액은 5억400만원입니다.

또 하나, 세입자가 동의를 한다면 보증금과 월세를 올리거나 낮추는 계약 또한 가능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올리는 경우엔 전환율 2.5%가 적용되고, 반대로 보증금을 높이고 월세를 올리는 경우엔 시장전환율(경기도 기준 6%)가 적용된다는 점을 반드시 숙지해야 합니다.

이해가 쉽도록 다시 박씨의 예를 들어볼까요. 보증금을 3억원에서 2억원으로 낮춘다면 월세는 90만원에서 118만원 정도로 올라갑니다. 반대로 보증금을 3억원에서 4억원으로 올리겠다면 월세는 90만원에서 52만원으로 내려갑니다. 인상률 5%를 가정한 계산입니다.

한 줄 답변 : "시장전환율 따라야"

Q. 계약 조건이 달라지면 갱신청구권은?

임대계약 갱신 과정에서 월세를 전세로, 전세를 월세로 바꾼다고 해도 '새로운 계약'에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2년 후 세입자가 다시 계약갱신청구권을 청구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다만 임대인과 세입자가 합의를 한다면 다양한 형태의 계약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집주인이 "이번 계약 때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대신, 새로 계약서를 쓰고 2년 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하고 세입자가 이를 수용하면 계약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대부분 "뭐 이리 복잡해"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간단한 사례인데도 경우의 수가 매우 많습니다. 사실 사인 간에 벌어지는 계약을 일일이 규정하는 것부터 한계가 있는 일입. 혼란이 줄어들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충분한 사례들이 쌓이다보면 '룰'이 좀 더 명확해질테니 말이죠.

한 줄 답변 : "조건 달라져도 신규 계약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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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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