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격 사망 공무원 형 "해경 수사 못 믿어... 동료들 진술 공개하라"

입력
2020.10.14 14:30
수정
2020.10.14 14:3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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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동료 직원 진술조서 정보공개 청구도

북측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가운데 오른쪽)씨가 문재인 대통령이 조카에게 보낸 편지를 손에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 이환직 기자

북측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가운데 오른쪽)씨가 문재인 대통령이 조카에게 보낸 편지를 손에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 이환직 기자

북측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47)씨의 유족이 A씨 행적 등에 대해 수사 중인 해양경찰에 "왜 월북으로 단정하냐"며 항의하고 조속한 수사 종결을 촉구했다.

A씨의 형 이래진(55)씨는 14일 오후 1시 인천 송도국제도시 해양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능한 수사당국의 갈팡지팡에 국민들은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며 "해경의 해상의 사건사고 해결 실력을 믿었으나 동생 사건 이후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니 더 이상 믿기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나름대로 동생의 죽음을 재구성해본 결과 동생은 (피격되기 전 해상에서) 체포돼 이끌려 다닌 시간에 이미 익사 또는 심정지 상태가 됐을 것"이라며 "동생은 확인 사살까지 했던 북한의 무자비한 만행으로 영원히 조국의 품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해경은 동생과 같이 있던 동료들로부터 '월북 가능성이 없고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조사 결과를 얻고도 왜 월북으로 단정해 발표했는지 의문"이라며 "연평도 주변 조류를 그렇게 잘 파악하고 있다면서 왜 아직까지 동생을 못 찾고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사고 후 3주가 넘어가면서 번복의 연속으로 국민들에게 실망을 줬지만 최종 발표에서는 동생의 명예가 지켜질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숨김 없이 말씀해 주시길 바란다"며 "좌고우면하기보다 모든 정황을 냉철하게 판단해 조속히 종결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씨는 이날 해경청에 항의문을 전달하고 이씨가 지난달 21일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되기 전 탔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의 동료 직원 9명에 대한 해경의 진술조서를 공개해달라고 정보공개청구서도 제출했다.

그는 "무궁화10호 직원들로부터 월북 가능성이 없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월북 추정 발표를 한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A씨의 아들이자 자신의 조카인 고등학교 2학년 B군에게 보낸 자필 호소문의 답장 원본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A4 용지 한 장 분량의 편지를 등기우편으로 이씨에게 보냈다. 편지는 친필이 아닌 타이핑돼 있었고 편지 말미에는 문 대통령의 서명이 찍혀 있었다.

문 대통령은 편지에서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직접 챙기겠다는 것을 약속 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 8일 고영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을 만나 B군이 쓴 호소문을 전달했다. B군은 2쪽짜리 호소문에서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며 "하루 빨리 아빠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조카가 편지를 통해 물었던 것이 많았는데, 답은 그 질문에 비해 간단명료하게 와서 조금은 실망스럽다"며 "해경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 대통령의 진실한 답변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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