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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해마다 10월이면 노벨상에 세상의 관심이 집중된다. 더욱이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과학 분야의 시상에 더욱 세간의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2020년 노벨물리학상은 로저 펜로즈(89ㆍ옥스퍼드대ㆍ남성), 라인하르트 겐첼(68ㆍUC버클리ㆍ남성), 안드레아 게즈(55ㆍUCLAㆍ여성)의 3명의 천체 물리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모두 블랙홀 연구에 이바지한 공로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노벨과학상 중에서도 물리학상은 지금까지 특히 여성들에게 인색했다. 게즈는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네 번째 여성 과학자다. 여성 과학자의 대명사인 마리 퀴리가 여성 최초로 1903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았고, 마리아 메이어(1963)와 도나 스트리클런(2018)이 받았다. 올해의 노벨화학상은 여성 과학자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샤프랑티에(51ㆍ막스플랑크연구소)와 미국의 제니퍼 다우드나(56ㆍUC버클리)에게 돌아갔다. 두 학자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라고 불리는 유전자 편집 연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샤르팡티에는 기자들과의 회견에서 "이번 수상이 과학의 길을 걷고자 하는 소녀들에게 긍정의 메시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수상을 통해 우리는 여성 과학자들이 향후 상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로 연구도 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며 기뻐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게즈도 "젊은 여성들이 과학계로 오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자신의 분야에서 대가 반열에 오른 여성 과학자들조차 그 위치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절대 녹록지 않았음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는 노벨상 역사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해다. 노벨과학상 수상자 8명 중에서 자그마치 3명이 여성이기 때문이다. 비율로만 따지면, 37.5%나 된다. 이 숫자가 얼마나 놀라운지는 통계를 보면 명확하다. 2019년까지 노벨과학상 수상자 617명 중에서 단 20명이 여성이었다. 비율로는 겨우 3% 남짓이다. 올해를 포함한다고 해도 이 숫자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경쟁보다는 협력과 융합이 절실한 현대 과학에서 여성 과학자의 역할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이제 여성 과학자의 역할과 기여를 숨기거나, 남성 과학자의 공로로 돌릴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 2019년 초에 세상을 놀라게 했던 블랙홀 이미지 관측에 참여한 20대 여성 과학자 케이티 보우먼의 예만 보아도 그렇다. 그는 전 세계에 설치된 8개의 전파망원경의 자료를 연결해서, 블랙홀의 이미지 관측에 성공한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 프로젝트에서, 핵심적인 알고리즘 개발을 담당했다. 보우먼이 주목받자, 그녀의 업적을 폄훼하려는 가짜 뉴스가 등장했다. 젊은 여성 과학자의 기여도에 대한 의심은, 인터넷상에서 다른 남성 연구자가 실제로 기여도가 높은데 업적을 가로챘다는 터무니없는 공격을 받게 하기도 했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노벨상조차 ‘유리 천장’이 존재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여전히 설득력이 있다. 사회 전반에서 남성의 성공과는 다르게 여성의 성공에는 본인의 노력 외에 뭔가 다른 게 있을 것으로 추정하며 깎아내리려는 시선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는, 객관성, 공정성, 합리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과학자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 '히든피겨스'(2016)와 책 '로켓걸즈'(2017, 알마)에서처럼 여성 과학자가 자신의 역할 이상의 일을 하고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자신을 드러낼 수 없었던 암흑의 시절이 있었다. ‘사건의 지평선’이란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그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이 외부에 영향을 줄 수 없는 단절된 경계면을 말한다. 블랙홀 주위의 사건의 지평선이 그러했던 것처럼, 여성 과학자의 처우에 있어서 암흑 같던 시절의 영향력은 이제 제발 여기서 끝이었으면 좋겠다.
올해 노벨과학상을 시작으로 여성 과학자들이 자유롭게 연구하고 도전하고 성과를 공정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성별에 상관없이 인재를 포용하고 서로 소통하는 일,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협력하는 일은 코로나 이후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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