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 노출 독감 백신 문제 없다"... 효력 우려 48만명분은 회수

입력
2020.10.06 20:30
수정
2020.10.07 08:5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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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상온 노출 백신 조사 결과 발표
안전 문제 없지만 554명은 이미 접종
12일부터 무료 접종 사업 재개

(청주=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 오른쪽)과 성백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가 6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관련 품질검사 및 현장 조사 결과를 설명한 뒤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자리를 바꾸고 있다. 2020.10.6 kjhpress@yna.co.kr/2020-10-06 18:25:42/

(청주=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 오른쪽)과 성백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가 6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관련 품질검사 및 현장 조사 결과를 설명한 뒤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자리를 바꾸고 있다. 2020.10.6 kjhpress@yna.co.kr/2020-10-06 18:25:42/<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돼 접종이 중단된 정부 조달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가운데 일부는 적정온도를 13시간 이상이나 이탈하는가 하면, 0도 미만에 노출된 물량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이 경우 백신 효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해당 48만명분을 수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554명이 문제의 백신을 맞은 것으로 확인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품질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 나머지 백신으로 12일부터 무료접종을 재개할 방침이다.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6일 독감 백신 유통조사 및 품질평가 결과 "백신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효력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일부 백신만 수거 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질병청은 지난달 21일 독감 무료접종 사업 시작을 하루 앞두고 오후 11시 접종 중단을 발표했다. 독감 백신은 접종 직전까지 2~8도(평균 5도)의 냉장상태로 보관돼야 하지만 운송 과정에서 일부가 상온에 노출됐다는 제보를 받으면서다.

실제 정부 조사 결과 권역별 배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조달 독감 백신은 제조ㆍ수입사에서 조달 계약 업체인 신성약품과 컨소시엄 업체(디엘팜)로 출하된 뒤 △계약업체 냉장창고에서 1톤 냉장차량으로 접종기관에 배송되거나 △11톤 냉장트럭을 통해 물류센터 등 거점으로 이동해 1톤 냉장트럭으로 분배돼 접종기관으로 배송됐다.

권역별로 수도권과 강원ㆍ충청지역에서는 배송차량이 직접 도매상에서 의료기관과 보건소에 배송한 반면, 호남ㆍ영남ㆍ제주에서는 11톤 차량이 도매상에서 거점 물류센터로 백신을 전달한 뒤 1톤 트럭을 이용해 의료기관으로 보냈다. 질병청에 제보됐던, 11톤 차량이 야외 주차장 바닥에 백신을 내려두고 1톤 차량으로 배분한 건은 호남지역에서 발생했다.

그 밖에도 백신 운송 과정에서 잠시라도 적정온도를 벗어난 운송회수는 총 196회에 달했고, 그 시간은 평균 88분이었다. 문제가 된 11톤 냉장차량은 평균 1.1~14.4도, 1톤 냉장차량은 0.8~11.8도로 애초 적정온도를 유지하지 못했다. 1톤 차량 1건은 800분간 10도 안팎으로 적정온도를 벗어나기도 했다.

운송과정에 대한 조사와 함께 식약처는 문제가 된 백신의 품질변화 검사도 진행했다. 먼저 상온 노출 의심 제품이 공급된 광주, 전북 전주, 충남 계룡, 서울 양천, 서울 구로 등 5개 지역에서 2개 품목 750도즈(1도즈는 1회 접종분)를 수거해 효력을 확인하는 항원단백질 함량시험과 안전성을 살펴보는 발열반응시험 등 총 7~9개 항목을 검사했고, 무균시험을 포함해 전 항목에서 적합 판정이 났다. 추가로 운송과정 점검결과를 토대로 품질변화가 우려되는 제품에 대해 9개 지역에서 1,350도즈를 수거해 검사했으나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백신이 적정온도를 벗어난 상태에서 얼마나 품질을 유지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안정성 시험도 병행했다. 시험은 최근 국내 온도를 감안한 25도와 예비적으로 37도 등 두 가지 조건에서 실시됐다. 시험결과 신성약품이 공급한 8개 품목 모두 25도에서는 24시간 이상 조건에서 품질을 유지했고 37도에서는 5개 품목이 72시간 이상, 1개 품목은 48시간 이상 품질을 유지했다. 2개 품목은 12시간 이후부터 품질에 변화가 발생했다. 다만 이번 냉장유통 조사에서 37도의 조건으로 운송된 백신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친 결과 배송 운송과정에서 노출된 정도와 시간을 고려할 때 백신의 품질은 물론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12일부터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다만 백신이 동결됐을 경우 효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에 따라 0도 미만의 조건에 노출됐던 27만 도즈와 호남지역에서 바닥에 적재됐던 17만 도즈, 800분 이상 적정온도를 이탈한 2,000도즈, 온도 확인이 되지 않는 4만 도즈 등 총 48만 도즈에 대해선 접종하지 않고 수거하기로 했다. 이는 이미 의료기관과 보건소에 공급된 무료접종 백신 539만도즈의 약 11%다. 해당 물량은 신성약품에서 수거할 예정이며 이로 인해 부족해진 물량에 대해선 정부가 보유한 예비 물량 34만 도즈로 보충할 계획이다.

문제는 정부가 수거하기로 한 물량 중 일부가 이미 서울ㆍ대구ㆍ광주ㆍ충남ㆍ전남ㆍ경북ㆍ제주 등 7개 지역 554명에게 접종됐다는 점이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상온 노출 의혹 백신을 접종받은 3,045명 중 12명이 두통 등 이상반응을 호소했고, 이 중 3명이 수거 대상 물량 접종자라는 점에서 정부는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들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받은 뒤 재접종 여부 등 조치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독감 백신 유통과정과 접종기간에 백신 관리에 문제가 발생하고, 또 국가예방접종 일정이 지연되게 된 점에 대해 송구하다"며 "이번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서 재발하지 않게 콜드체인 관리에 대한 것들을 충분히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적인 검증절차를 거쳐 12일부터 접종이 재개되는 만큼 이 물량에 대해서는 불안감을 갖지 말고 접종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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