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판박이' 기류... 첫 TV토론 앞두고 신경전 가열

입력
2020.09.29 21: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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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우세 속 경합주 '샤이 트럼프'도 건재
WP는 "공익 위한 대통령 필요" 바이든 지지
두 후보, 일정 최소화하고 토론 준비에 여념

11월 미국 대선에 출마하는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사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P 연합뉴스

11월 미국 대선에 출마하는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사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AP 연합뉴스

여전히 앞서 있는 여론조사 결과, 영향력 큰 언론매체들의 지지, 트럼프를 겨냥한 잇따른 폭로와 의혹…. 민주당 후보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으로 바뀌었을 뿐 1개월여 남은 미국 대선의 구도는 4년 전과 판박이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여론조사 추이만 보면 민주당 낙승 예측이 지배적이지만 민주당은 긴장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은 되레 여유 있어 보인다.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 이른바 '샤이 트럼프'의 결집세가 예사롭지 않아서다. 11월 3일 대회전을 겨냥한 본격적인 첫 시험대는 29일(현지시간)에 열리는 1차 TV토론이다. 각 진영은 서로의 약점을 겨눈 칼날을 벼르고 있다.

바이든 우세지만... 바짝 추격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정치 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28일 발표한 14~27일 주요 여론조사 평균치를 보면 바이든 후보는 49.7% 지지율로 트럼프 대통령(42.9%)을 6.8%포인트 앞서고 있다. 4년 전 같은 기간 조사에서 클린턴 후보가 4%포인트 앞섰던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큰 격차다.

일부 조사에선 그 격차가 더 크다. 27일 워싱턴포스트(WP)와 ABC뉴스 공동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 지지율은 53%로 트럼프 대통령(43%)보다 10%포인트 높았다. WP는 한달 전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하면서 "통계적으로 큰 변화 없이 바이든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전혀 마음을 놓지 못하는 눈치다. 이른바 '샤이 트럼프'의 결집세 때문이다. 경합주의 상황은 긴장감을 더 높인다. RCP 분석 결과 플로리다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전망도 나오고 있다. 플로리다의 선거인단은 29명으로 캘리포니아(59명), 텍사스(38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그간 여론조사에서 잘 드러나지 않던 트럼프 세력이 건재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WP "바이든이 대통령 적임" 지지 선언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7일 델라웨어주 윌밍턴 퀸스시어터에서 연설하고 있다. 윌밍턴=로이터 연합뉴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7일 델라웨어주 윌밍턴 퀸스시어터에서 연설하고 있다. 윌밍턴=로이터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미국을 대표하는 매체 중 하나인 WP가 바이든 후보 지지를 공식화했다. WP 편집위원회는 28일 온라인판 오피니언섹션에 게시한 '조 바이든을 대통령으로'에서 "최악의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해 많은 유권자가 누구에게든 기꺼이 투표하려 할 것"이라며 "다행히 바이든이라는 적임자가 있어 유권자들이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다른 주요 언론들의 후보 지지 선언도 잇따를 전망이다. WP와 함께 미국의 양대 정론지로 꼽히는 뉴욕타임스(NYT) 등은 대선에서 특정후보를 공개 지지해왔다. NYT는 WP와 마찬가지로 지난 20년간 줄곧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창사 이후 지지 후보 미발표 입장을 깨고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반대 선언'을 했던 미국 유일의 전국일간지 USA투데이의 선택도 주목된다.

2000년 이후 미국 주요 언론 대선 후보 지지. 그래픽=김진욱 기자

2000년 이후 미국 주요 언론 대선 후보 지지. 그래픽=김진욱 기자




TV토론 앞두고 일정 최소화... 진검승부 예고

2020년 미국 대선 첫 TV토론을 하루 앞둔 28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에 마련된 토론회장에서 리허설이 펼쳐지고 있다. 클리블랜드=EPA 연합뉴스

2020년 미국 대선 첫 TV토론을 하루 앞둔 28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에 마련된 토론회장에서 리허설이 펼쳐지고 있다. 클리블랜드=EPA 연합뉴스

눈길은 이제 첫 TV토론으로 쏠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대면 유세가 어려워진 터라 TV토론은 다수 유권자에게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내고 상대의 문제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통로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관련 브리핑 등 공식일정 2개만 소화했고, 바이든 후보는 아예 공식일정을 잡지 않은 채 TV토론 준비에 매진했다.

양측의 신경전도 뜨겁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폭스뉴스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의 토론 준비는 그가 연단에 서서 언론으로부터 악의적이고 불공정한 질문을 받을 때 매일 진행돼 왔다"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 측 한 참모는 NYT에 "우리 편을 상대하던 당내 경선과 달리 트럼프에겐 더욱 공격적일 것"이라고 장담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 간 첫 맞대결이기도 한 1차 TV토론은 29일 오후 9시(한국시간 30일 오전 10시)에 시작된다. 10월 15일과 22일에는 각각 플로리다와 테네시에서 2, 3차 토론이 예정돼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 간 토론은 10월 7일 유타에서 열린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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