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물류 스타트업 로지스팟이 M&A로 창업한 이유

입력
2020.09.28 14:20
수정
2020.09.28 16:22
17면
구독

[47회]박준규 로지스팟 공동대표 “디지털과 규모의 경제로 물류 산업에 혁신 일으킬 것”

명절 때 가장 바쁜 분야가 배달이다. 선물 전달 등으로 밤늦게까지 일하는 택배는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는 접점에 있다. 하지만 그 뒤에는 택배 창고까지 물건을 나르고 제조사 공장과 유통업체, 부품업체 등을 오가는 소비자들 눈에 보이지 않는 더 큰 배달이 있다. 바로 물류다.

물류 산업으로 통칭되는 화물 운송이 멈추면 동맥경화에 걸려 피가 돌지 않는 혈관처럼 모든 산업이 멈추게 된다. 그래서 물류는 산업의 기본이자 바탕이다. 그만큼 중요하면서 어려워 쉽게 뛰어들기 힘든 분야 중 하나다.

이 곳에 겁 없이 도전장을 던진 무서운 신생기업(스타트업)이 있다. 로지스팟은 첨단 정보기술(IT)을 이용해 대한민국의 물류를 바꿔보기 위해 2016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로지스팟을 무서운 스타트업으로 꼽은 이유는 출발선에 선 이 업체가 벌써부터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로지스팟과 물류 계약을 맺은 기업은 약 450개에 이른다. 이를 통해 지난해 18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두 배 이상 성장한 연 400억~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내년 매출은 1,000억원을 겨냥하고 있다. 로지스팟의 창업자인 박준규(30) 공동대표를 만나 성장 비결을 들어봤다.

M&A로 물류 스타트업을 창업한 박준규 로지스팟 대표가 실시간으로 운송 화물의 위치를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통합물류 플랫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M&A로 물류 스타트업을 창업한 박준규 로지스팟 대표가 실시간으로 운송 화물의 위치를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통합물류 플랫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안마의자 배송하며 사업 아이템 발견

창업 당시 20대 젊은이가 어떻게 물류에 관심을 가졌을까. 박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든 호기심이었다. 대학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졸업 직전 증권사에서 인턴을 했다. “그때 해외에 나가서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박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해외로 나가 스리랑카, 이란, 에티오피아 등을 돌며 무역중개상을 했다. “화학 약품 무역을 했는데 성장 속도가 너무 느려 변화에 대한 갈증이 컸죠. 이왕이면 성장하는 회사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국내로 들어왔어요.”

그가 찾은 곳은 안마의자로 유명한 바디프렌즈였다. 그곳에서 1년간 일하며 그는 직접 안마의자를 배송하고 홈쇼핑 지원 등을 하면서 유통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이때 수 많은 업체들이 난립한 물류 산업을 들여다보게 됐고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대형화를 하면 새로운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사업 아이템을 발견한 것이죠.”

박 대표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6개월 동안 사업 준비를 했다. 이때 영국 런던에서 국제투자은행에 다니던 친구 박재용 공동 대표가 합류했다.

박 대표가 물류 산업에서 주목한 두 가지는 디지털 기술과 대형화였다. 특히 그는 “잘게 쪼개진 시장은 언제인가 대형화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국내 물류 시장에 뛰어든 업체든 약 1만5,000개다. “이 가운데 80% 가량의 기업이 4명 이하의 직원을 두고 20억원 이하의 연 매출을 올리는 소규모 기업들이에요.”

그만큼 다수의 소규모 업체들이 난립한 가운데 소수의 대형 업체가 주도하는 시장이었다. “물류 산업은 이윤이 2~3%에 불과할 정도로 높지 않아요. 따라서 중요한 것은 비용을 줄여야 해요. 그러려면 대형화가 필수죠. 규모의 경제로 매출을 늘려서 이윤을 확대해야 하죠.”

로지스팟과 계약한 화물트럭이 물건을 나르고 있다. 로지스팟 제공

로지스팟과 계약한 화물트럭이 물건을 나르고 있다. 로지스팟 제공


M&A로 창업한 이유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박 대표는 특이하게도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창업을 했다. 두 공동 대표가 갖고 있던 돈과 개인 투자가에게 빌려서 5억원으로 소규모 물류 회사였던 국제로지스를 2016년에 인수하며 로지스팟을 창업했다. 소규모라고 해도 국제로지스는 연 매출 20억원대 회사였다.

그는 국제로지스 인수를 위해 황당한 방법을 사용했다. 소규모 물류업체 중에 300개를 추려서 일일이 매각 의사를 확인하는 전화를 했다. “운이 좋았고 시기가 적절했죠. 마침 매각 의사가 있던 국제로지스와 연결이 된겁니다.”

박 대표가 M&A를 통해 창업을 계획한 한 것은 부족한 경험과 가장 중요한 요소인 네트워크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물류 산업이 중요하고 조금만 변화를 주면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점은 알지만 그 시장에서 일해본 경험은 없었어요. 또 물류 산업을 위해 가장 중요한 네트워크를 확보하려면 이미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가장 빨랐죠.”

물류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수 많은 화물차를 연결할 수 있는 배차, 즉 화물차주들의 네트워크 확보였다. 박 대표는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인 화물차주들의 네트워크 확보를 M&A라는 방법으로 영리하게 해결한 것이다. 그는 국제로지스 인수를 통해 쉽게 말해 배차 사무실 하나를 확보한 셈이다. “물류 사업의 핵심은 적절하게 물건을 운송할 수 있는 화물차 확보가 핵심이에요. 그런데 맨 땅에 헤딩하듯 갑자기 물류 시장에 뛰어든다고 화물차주들의 연락망을 확보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로지스팟은 화물을 맡긴 기업들에게 앱을 통해 화물의 위치와 지연 사유, 운송 여부 등을 알려주고 있다. 로지스팟 제공

로지스팟은 화물을 맡긴 기업들에게 앱을 통해 화물의 위치와 지연 사유, 운송 여부 등을 알려주고 있다. 로지스팟 제공


편리한 앱으로 기업과 화물차주 확보

그 다음으로 승부를 던진 것은 물류 산업의 디지털화였다. 창업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물류업체들은 가내 수공업에 가까운 노동집약적 방식으로 일을 했다. “한두명의 직원이 손으로 장부를 작성하며 화물을 접수받아 일일이 화물차주들에게 전화를 걸어 운송차량을 배정하는 식이죠. 화물차주들에게 지급하는 운임도 통상 4주 뒤에 지급하고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사고도 종종 일어났어요.”

박 대표는 이런 문제를 사명과 같은 이름의 통합 물류관리 플랫폼 소프트웨어인 ‘로지스팟’을 자체 개발해서 디지털로 해결했다. 화물차량 상태 확인 후 배정, 현재 화물이 어디쯤 가고 있는 지 운송 상황 파악, 화물차주들에 대한 운임 지급 등을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깔끔하게 처리한다.

이런 방식은 로지스팟에 운송을 맡기는 기업들이 먼저 반겼다. 무엇보다 ‘로지스팟’ 플랫폼은 화물의 위치를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를 통해 실시간으로 눈으로 볼 수 있다. “앱을 켜면 지도 위에 화물이 현재 어디쯤 가고 있는 지 표시돼요. 운송이 예상보다 늦어지면 지연 사유를 앱으로 알려주죠.” 그만큼 운송을 맡긴 기업들은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다.

덕분에 LS엠트론, 넥센타이어, 퍼시스, 바디프렌즈, 보령제약, 하이스틸 등 450개 기업들이 로지스탓에 물류를 맡겼다. “큰 기업들은 연간 단위로 계약했어요. 일부 기업들은 아예 물류 전체를 위탁하기도 합니다. 각종 소재와 부품을 공장에 전달하는 일부터 제품을 유통점에 배송하는 일까지 모두 맡겼죠.”

화물차주들도 배차와 정산이 화물차주 전용 앱으로 이뤄지면서 업무 환경이 좋아졌다. “화물 상태와 목적지에 맞춰 운행 가능한 차량이 자동으로 표시되니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할 필요가 없죠.”

무엇보다 로지스팟과 일하게 된 화물차주들은 운임을 떼일 수 있다는 두려움이 사라졌다. “운임 지금도 빨라졌어요. 운송 위탁 기업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운송 후 3일 이내에 운임 지급을 합니다. 특별한 사유가 있어도 3주를 넘어가지 않아요. 적어도 우리가 망하지 않는 한 화물차주들은 운임을 떼일 염려가 사리진 거죠.”

덕분에 약 5만명의 화물차주가 로지스팟에 등록을 했고 이 가운데 1만명의 화물기사들이 주기적으로 거래를 한다. “우리나라의 화물차량은 유조차 등 특수차량을 포함해 약 34만대에요. 이 가운데 5만대가 우리와 일을 하는 셈이죠.”

이에 힘입어 로지스팟은 물류 산업으로 수직으로 상승했다. “매출 기준으로 국내 1만5,000개 물류업체 가운데 상위 80안에 드는 기업이 됐어요.”

추가 M&A 진행중

여기 그치지 않고 박 대표는 추가 M&A를 통해 사업 규모를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추가로 M&A를 하기 위해 논의 중인 업체가 있어요. 다음달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렇게 되면 직원도 현재 50명에서 120명으로 늘어날 겁니다.”

사세가 커지면 박 대표는 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 국가와 국가를 오가는 국제운송이다. “국제운송을 하게 되면 현재 하고 있는 사업과 연계효과가 클 겁니다. 따라서 내후년에는 해외로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여기 맞춰 ‘로지스팟’ 플랫폼도 개편할 계획이다. “수출입에 필요한 창고관리 기능과 컨테이너 운송 업무 기능 등이 디지털 플랫폼에 추가될 예정입니다.”

다만 박 대표가 아쉬워하는 것은 물류산업이 아직까지 경직돼 있어서 다양한 사업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은 화물운송시장이 크다 보니 화물운임에 선물거래까지 도입했어요. 수시로 수요 공급에 따라 화물 운임이 변하기 때문에 이를 겨냥한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셈이죠.”

그런데 우리는 물류 시장이 폐쇄적이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 박 대표의 지적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새로운 운송업체의 진입을 막는 ‘지입번호’다. 지입번호는 쉽게 말해 택시면허처럼 정부에서 허가한 화물차 번호다. 지입번호가 없으면 화물차가 있어도 물건을 실어나를 수 없다. 일부 물류업체들은 지입번호를 다수 확보해 놓고 이를 화물차주들에게 돈을 받고 빌려주는 방식으로 일을 한다. “지입 번호 하나가 5,000만원 정도 한다고 알려졌는데, 이런 번호를 1,000개 이상 갖고 있는 물류업체들도 있어요. 운송업체 가운데 50%는 이런 식으로 돈을 버는 지입회사라고 보면 됩니다. 규제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돈 버는 업체들이 있는거죠.”

그러다 보니 로지스팟처럼 운송을 맡기려는 기업과 화물차주들을 연결하는 플랫폼 업체들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지입번호 제도는 생태계 교란을 막아 기존 사업자들을 보호하는 측면도 있지만 변화를 일으키기 힘든 족쇄가 되기도 합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쉽게 이야기할 수 없지만 정부에서 고민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