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임금동결 받아들였다…“코로나19 속 생존과 미래 선택”

입력
2020.09.26 08:32
수정
2020.09.26 08:32

1998년 외환위기ㆍ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역대 세 번째
미래차 산업변화 맞춘 고용안정 기반 마련…시니어 촉탁직 문제도 해결

현대차 노사 대표가 울산공장 본관 중회의실, 울산공장 글로벌생기교육센터, 남양연구소 영상회의실에서 화상으로 교섭했다. 연합뉴스

현대차 노사 대표가 울산공장 본관 중회의실, 울산공장 글로벌생기교육센터, 남양연구소 영상회의실에서 화상으로 교섭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11년 만에 기본급을 동결하는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한 번에 가결시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고용 안정과 미래를 위한 변화를 선택한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5일 실시한 2020 임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중 89.6%인 4만4,460명이 참석했고, 이 중 52.8%(2만3,479명)가 찬성했다고 26일 밝혔다. 반대는 46.6%(2만732명), 기권은 10.4%(5,138명)로 집계됐다. 무효는 126명이었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동결 △성과급 150% △코로나19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 △우리사주 10주 지급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기본급 동결은 1998년 IMF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역대 세 번째다. 2009년 당시에는 잠정합의안이 한 번 부결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누적판매가 21.4% 감소하는 등 위기 상황이 심각하다. 때문에 노조는 상견례 이후 40일 만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했고, 조합원들도 이를 이해하고 기본급 동결에 한 번에 동의한 것이다. 2년 연속 ‘무파업’ 교섭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코로나19 위기와 친환경 차로 전환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 대응에 공감하고 교섭을 진행해왔다. 노조는 교섭 전부터 소식지 등을 통해 임금 인상보다 고용 안정에 집중할 것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실제 노사는 올해 교섭에서 생산 자동화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환경 변화 속에서도 연간 174만대인 국내 공장 생산물량을 유지하기로 합의하는 등 일자리 지키기에 뜻을 모았다. 또 향후 전기차 시장을 고려해 전기차 전용공장 지정을 논의하고 고용 감소 위험이 큰 부문부터 직무 전환 교육을 시행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25일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실시한 가운데 현대차 아산공장 투표소에 투표용지가 놓여 있다. 뉴시스

현대자동차 노조가 25일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실시한 가운데 현대차 아산공장 투표소에 투표용지가 놓여 있다. 뉴시스

또 노사는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을 채택했다. 선언문은 △국내공장 미래 경쟁력 확보와 재직자 고용안정 △전동차 확대 등 미래 자동차산업 변화 대응 △미래산업 변화에 대비한 직무전환 프로그램 운영 △고객ㆍ국민과 함께하는 노사관계 실현 △자동차산업 위기극복을 위한 부품협력사 상생 지원 △품질향상을 통한 노사 고객만족 실현 등을 통해 자동차산업 생존과 상생의 노사관계를 위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미래 자동차 산업 변화 대응 부분에서도 노사 양측은 의견을 같이했다. 전기차, 수소전기차 시대가 되면 자동차 부품수가 절반 이상 줄게 되고, 고용 안정도 낮아지게 된다. 때문에 노사 양측은 미래변화대응 태스크포스팀(TFT), 고용안정위원회 등을 만들어 미래차 전용라인 관련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또 국내공장 물량 확보를 위해 다품종 생산 관련 설비 투자도 지속, 일자리 창출에 힘쓰기로 했다.

내부적으론 조합원들 반발이 컸던 ‘시니어 촉탁제’ 변경에도 노사가 합의했다. 시니어 촉탁제는 정년퇴직자 중 희망자만 회사가 신입사원에 준하게 임금을 지급하고 1년 단기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것인데, 대다수가 기존 재직 기간에서 일했던 근무 조가 아닌 다른 근무 조에 배치된 탓에 불만이 있었다. 올해 교섭에서는 회사가 이를 반영해 시니어 촉탁을 기존 근무 조에 배치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품 협력사 지원을 위해 울산시와 울산 북구가 추진 중인 500억원 규모 고용유지 특별지원금 조성 사업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임금협상 타결을 토대로 노사가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 산업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고, 협력사와의 동반 생존을 일궈 나가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노사는 오는 28일 하언태 사장과 이상수 노조 지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 짓는 조인식을 개최한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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