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코로나 제조업 위기, 구조변화ㆍR&D 투자로 해결해야”

입력
2020.09.26 04:30

"필요하다면 기업간 통폐합이나 구조조정도 과감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극단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였다. 뼈를 깎는 고통이 수반되지 않고선 당면한 전대미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날 일종의 출구전략으로 제시한 해법이다. 산업연구원에서 자동차와 기계, 부품 등 다양한 영역을 연구해 온 조철 선임연구위원이 내놓은 조언이다. 조 연구위원은 25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는 국면에 우리 제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새판짜기'의 필요성을 주문한 그는 이어 "미래 제조업 경쟁력 척도는 얼마나 효욜적인 스마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또 코로나19 장기화를 넘어 상시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이에 따른 이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해결책을 구상해야 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워진 제조업에 대한 금융지원은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하반기 들어 산업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기업들이 계속 힘들어하는 이유는 상반기부터 적자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기업 도산을 막기 위해 금융지원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제조업이 코로나19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선 구조적인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보기술(IT) 발전과 4차 산업혁명이 맞물리면서 공장이 ‘스마트 팩토리'로 변화하고, 전통 산업은 신산업으로 교체돼야 한다는 진단에서다. 그는 “반도체, 자동차, 철강, 2차 전지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제조업 전반에 있어 투자와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고용위축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제조업 전반적으로 미래 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연구개발(R&D), 기획 등 다른 부분을 강화해 장기적으로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늘리는 선진구조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R&D 투자와 인프라 구축에 대한 중요성도 빼놓지 않았다. R&D와 인프라는 새로운 산업이 탄생하고 발전하기 위한 기본적인 틀이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 미국이 클린턴 정부 때 전국에 인터넷 망을 깔면서 3차 산업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든 덕분에 구글,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다”며 “우리도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5세대(5G),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관련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고, 국가와 기업들이 서로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협업해야 한다”고 전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끝으로 코로나19로 세계적 분업구조인 ‘글로벌가치사슬(GVC)’이 무너지고 있지만, ‘리쇼어링(해외 생산기지 국내 회귀)’ 정책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 중국 등에서 리쇼어링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수출중심 국가인 우리나라는 리쇼어링을 장려하면 오히려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소ㆍ부ㆍ장(소재ㆍ부품ㆍ장비) 업종은 무조건 리쇼어링을 추진하기 보다 어디서 생산하든 경쟁력을 갖는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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