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에 징벌적 배상물린다지만...유튜버는 쉽지 않아

입력
2020.09.25 01:00
수정
2020.09.25 09:2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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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ㆍ촬영장비 등 물적 설비 갖췄으면 상법상 '상인'
고의성 입증 어렵고, 손해액 산정도 까다로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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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개정 상법에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공개한 언론을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 대상으로 포함시키면서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youtube)에 콘텐츠를 게시하는 '유튜버'들도 적용 대상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튜버와 관련해 '유사 언론' 논란이 꾸준이 일었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일부 유튜버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안에는 "상인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상인은 손해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조항이 신설된다. 상법상 ‘상인’에 해당하기만 하면, 분야에 상관 없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적용 대상이 되는 셈이다. 법무부가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기업의 악의적 위법행위 중 하나로 지목한 가짜뉴스의 출처가 기업 형태를 띤 기성 언론사일 경우 개정법안 적용 대상이라는데 이론이 거의 없다.

문제는 콘텐츠를 방송하고 이를 통해 광고 수익 등을 올리는 유튜버를 영리목적을 위한 상인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법무부는 기업 형태를 띤 기성 언론사가 아닌 유튜버들도 상법상 상인으로 보고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상법은 조문에 열거한 상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점포 등 물적 설비를 갖추고 영리 행위를 하는 개인 역시 ‘의제 상인’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24일 “뉴스 제공에 대한 대가를 받으면서 지속적ㆍ반복적으로 이윤추구를 하는 등 기업적 활동을 했다고 판단되면 상법상 상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변호사회 공보이사 장희진 변호사도 “사무실 등 부동산이나 스튜디오, 촬영 등 물적 설비를 갖고 있고 직원을 고용해 취재 활동을 하는 유명 유튜브 계정들은 상법상 상인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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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더라도 모든 유튜버가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은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유튜버마다 영리 행위를 하는 형태가 다양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의 경우 명백하게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행위에 책임을 묻기 때문에 모든 유사언론 채널을 규제 대상으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징벌적 배상은 대단히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행위로 한정되기 때문에 가짜뉴스를 보도한 자가 허위사실 여부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쉽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이나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 산업재해 등은 손해액 산정이 비교적 용이한 반면, 가짜뉴스로 인한 손해액을 산정해 책임을 묻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유튜브 등을 통해 검증되지 않는 허위 정보가 퍼져나가 파생되는 피해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이를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택식 전 강릉원주대 교수는 “악의적 가짜뉴스로 이익을 보는 것을 강력히 규제하는 법안이 마련되면, 반드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않더라도 가짜뉴스로 인한 사회 갈등이나 관련 범죄를 경감시키는 예방적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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