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ㆍ징벌적 손배, 부작용은 걸러내야

입력
2020.09.25 04:30
27면
[저작권 한국일보] 법무부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관련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 정부과천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저작권 한국일보] 법무부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관련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 정부과천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증권 분야에만 적용되던 집단소송제가 모든 분야로 확대되고, 악의적으로 위법 행위를 했을 경우 손해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묻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추진된다.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의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28일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청회 등을 거쳐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집단소송제는 2015년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사건 당시 폭스바겐이 집단소송제가 있는 미국이나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는 차별적 배상을 하면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집단소송 제정안에 따르면 피해자가 50명 이상이면 누구든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단 한 명이라도 소송에서 이기면 효력이 모든 피해자에게 적용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경우 현재 제조물책임법 등에서 손해의 3~5배 한도로 부분 시행하고 있던 것을 모든 상행위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가짜 뉴스를 악의적으로 보도한 언론사에도 이 제도를 적용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문제는 재계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배 도입 소식에 재계가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경영권이 제약되는 ‘공정경제 3법’에 이어 두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는 타당한 부분이 있다. 집단소송제가 시행되는 미국에서 기업 상대 소송 빈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소송 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보완책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권익이 획기적으로 강화되며 장기적으로 기업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배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는 만큼 기업 활동을 사전적으로 제약해 온 각종 규제를 과감히 줄인다면, 기업 혁신이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기업 활동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사후적으로 문제가 된 부분을 금지하는 ‘네거티브’방식으로 규제의 틀을 전환하자는 것은 재계의 오랜 요구이기도 하다. 징벌적 배상에는 형법적 처벌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기업인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도 손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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