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만에 찾은 '거포' 라모스-김현수, LG 최초 타이틀 동시 도전

입력
2020.09.24 11: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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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로베르토 라모스가 23일 잠실 SK전에서 5회말 솔로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뉴스1

LG 로베르토 라모스가 23일 잠실 SK전에서 5회말 솔로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뉴스1


LG의 3, 4번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26)-김현수(32) '쌍포'의 파괴력이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빛나고 있다. 둘은 주거니 받거니 홈런과 타점을 늘리며 연일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제 두 부문 선두 멜 로하스 주니어(KT)까지 밀어낼 기세다.

라모스는 지난 23일 잠실 SK전에서 시즌 35호 홈런을 쳐 로하스(37개)와 격차를 2개로 좁혔다. 이미 이병규 타격코치의 팀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30개ㆍ1999년)을 갈아치운 라모스는 7개를 더 치면 1998년 타이론 우즈(OB)가 기록한 잠실구장 홈팀 외국인선수 한 시즌 최다홈런(42개)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9개를 보태면 2018년 김재환(두산)의 잠실구장 홈팀 선수 최다홈런(44개) 타이기록을 수립한다. 라모스가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하면 산술적으로 김재환의 기록까지 접근할 수 있다.

김현수는 같은 날 4타점을 쓸어 담아 106타점째를 쌓으며 로하스와 타점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21개에 '불과'한 홈런으로도 압도적인 득점권 타율(0.514)에서 비롯된 타점 생산 능력이다. 채은성의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 타점(119타점ㆍ2018년)과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타점(121타점ㆍ2015년) 경신은 시간 문제다.

LG 김현수가 23일 잠실 SK전에서 1회말 동점 희생플라이를 치고 있다. 뉴스1

LG 김현수가 23일 잠실 SK전에서 1회말 동점 희생플라이를 치고 있다. 뉴스1


둘은 이제 LG가 전신인 MBC 시절부터 39년 구단 역사상 한번도 배출하지 못한 홈런왕과 타점왕에 각각 도전한다. LG 출신 홈런왕은 꿈 같은 얘기였다. '옆집 라이벌' 두산이 OB 시절부터 김상호(25개ㆍ1995년) 우즈(42개ㆍ1998년) 김재환(44개ㆍ2018년)까지 세 차례 홈런왕을 배출한 것을 감안하면 거포 부재에 오랜 세월 목말랐다. 트레이드도 해 보고, 과거 거액을 들여 용병을 수입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라모스는 "홈런 경쟁은 항상 즐겁지만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목표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거포의 전유물인 타점왕 역시 LG에선 없었다. 시즌 110경기를 넘긴 시점에서 김현수가 타점 공동 선두로 나선 것만으로도 전례 없는 일이다. 김현수는 "(타점왕에는) 전혀 욕심이 없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프로 데뷔 초엔 타석에서 흥분하는 스타일이었는데 경험이 쌓이면서 바뀌었다.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게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이 높은 이유가 아닌가 싶다"고 평정심 유지를 그 비결로 꼽았다. 그는 "이렇게 잘 되는 해가 있다. 또 반대로 그렇지 않은 해도 있다. 경기에 많이 출전하고 연차가 쌓여서일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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