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올해 유엔총회 연설에선 北 언급 '패스'

입력
2020.09.2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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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로켓맨' 비난하더니 18년 "金에 감사"
작년에도 北 잠재력 언급... 올해는 중동 얘기만
대선 전 '北美 깜짝 회동' 없을 듯... "관리 모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75회 유엔총회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75회 유엔총회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재임 중 마지막일 수도 있는 4번째 유엔총회 연설에서 처음으로 북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외교현안 중에선 중동 평화협정 체결 등을 내세웠다. 11월 미 대선 전까지 북미관계에서 별다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화상 연설을 통해 7분 가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환경, 경제, 외교정책 등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지난 3년간 북미관계 변화 상황과 북한 관련 언급이 꾸준히 있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외교분야에선 중국ㆍ이란을 겨냥한 비판과 함께 자신의 중재로 중동 평화가 구축되고 있다는 자화자찬만 있었다.

사실 지난 3년간 유엔총회 연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관련 언급은 북미관계의 극적인 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한반도 전쟁 위기설이 고조될 만큼 북미 갈등이 정점으로 치달았던 2017년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지칭했다.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이어갈 경우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는 선택이 없을 것"이란 호전적인 발언도 불사했다.

하지만 1년 뒤인 2018년엔 기류가 180도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에 열린 제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한 뒤 "더 이상 미사일과 로켓이 사방으로 날아다니는 일은 없을 것이며 핵실험은 중단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김 위원장의 용기와 그가 실행에 옮긴 조치에 감사를 표한다"고까지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연설에서도 "한반도에서 대담한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고 자평한 뒤 "김 위원장에게 '북한은 엄청난 잠재력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이를 실현하려면 비핵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졌지만 여전히 기대감을 놓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올해 연설에서 북한 관련 언급이 빠진 건 사실상 11월 대선 이전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교착 국면을 전환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대선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도발에 나서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데 주력한다는 분석과 맞닿아 있다.

대신 켈리 크래프트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나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용감한 비전이 주목할 만한 진전을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북한 지도자를 만난 최초의 미국 대통령,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송환, 북한의 추가 핵ㆍ미사일 도발 방지 등 트럼프 대통령이 자화자찬해온 바를 크래프트 대사는 그대로 반복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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